어르신이 길을 물으셨다

아쉬운 점

by 상영

지난 일요일까지 다짐했던 일을 행하기 위해,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입가에 웃음을 살짝 머금고 씩씩하게 걸었다. 햇빛이 확실히 좀 세졌음을 체감했고, 맥도날드의 빅맥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오늘은 감자튀김 대신 오랜만에 코울슬로를 먹어봐야지.


신림의 어느 거리에서 한 어르신이 길을 물으셨다. 연령대는 70, 80대의 깔끔한 복장에 모자를 착용하신 신사분이었다. 느긋하게 걷지 않으셨으나 천천히 다가오셨다.


"여기 주변에 사진관이 있다던데..."에 "잠시만요" 하고 네이버 지도를 켰다. '사진관'으로 검색하니, '인생네컷'과 같은 사진관 서너개가 한 눈에 보였지만 존재했지만, 어르신이 찾는 장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단 하나, 부합한 장소가 있어 어르신과 함께 걸었다.


여러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찾는데 애를 좀 먹었지만, 결국 찾았다. 엘리베이터 없이 3층에 위치해있다. 어르신께 손가락으로 간판을 가리켰지만, 간판이 꼭꼭 숨어 있어 애를 먹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확대 기능으로 간판을 찾아드리니 어르신에게 결국 닿았다!


사진관은 11시 오픈이고, 현재 시각은 10시 20분이다. "어르신, 11시에 여니까 40분 정도 남았어요"라 하니, "정말 고마워요" 하시며 양 팔을 벌리셨다. "정말 축복해요"라시며 가볍게 포옹해주셨다. 순간 어르신이 눈이 붉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 사진관에서 용무를 마치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닙니다 어르신, 가보겠습니다." (_ _) 꾸벅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지금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하며 글을 쓰고 있다. 내게 드는 모호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어르신이 아직 마음에 걸리고 있다. '내게 말을 걸기까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가게 오픈 전 30~40분 시간을 어디서 떼우셨을까', '사진관에서 최소 가격이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올랐을텐데 그 가격을 생각하셨을까', '계단은 잘 오르셨을까', '사진관 문 앞 계단에서 기다리시진 않겠지', '지도에서는 오늘 영업일이랬지만, 모종의 이유로 오늘 열지 않으면 어쩌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무작정 결심했다. 여유가 된다면, 길을 묻는 분들께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피하지 않고, 웃으며 응대하자. 지하철이라면 역 방향 또는 역무원을 찾아줄 것이다. 내가 편하게가 아닌, 물어보신 분이 확신을 가지실 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고 반복적으로 알려줄까한다.


조금 오버해서 11시까지 어르신이랑 식사나 차 한잔하며 시간을 보냈어도 괜찮을뻔 했다. 사진관까지 데려다 드려도 나쁘지 않았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마음 한 켠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어르신의 축복을 여러분께도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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