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하신 어머니께
은퇴 이후의 삶을 상상해 본다. 먼저 다루고자 하는 은퇴를 정의해보고자 한다. 개인이 계획에 따라 경력을 내려놓거나, 하던 일을 계속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대안이 있어 은퇴를 선택한 경우가 있다. 이를 '능동적 은퇴'라고 하자. 필자는 '능동적 은퇴'에는 관심이 없다.
이와 다르게 이후의 삶을 계획하지 않은 상태로 은퇴하는 것을 수동적 은퇴라고 한다. 직장인은 일할 능력이 있어도 나이에 따라 정년퇴직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수입이 낮아지거나, 운영은 어느 정도 되어도 가게가 체력적, 건강상의 이유 등 각종 이유로 폐업해야 할 수 있다. 이 글은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이다.
수동적 은퇴 이후에는 다른 직장을 찾아야만 한다.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고, 인생은 아직 한참이나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력 없이 새로운 일을 찾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전 직장에서는 시니어로서 세상에 기여하고 있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간단한 아르바이트조차 하기도 쉽지 않다. 위신이나 명성은 과거의 영광이 되어 있고, 나의 재산이었던 습관이 배우는 일에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상관은 나이가 나보다 어리기도 하고, 사장이었던 자신이 신입·막내 생활을 하는 것은 자신을 많이 내려놔야 할 수 있다.
자영업자가 회사에 입사하여 직장 생활을 한다면 굉장히 낯설 것이다. 내가 고객에게 하는 말 한마디가 회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 수도 있다. 피드백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어린 상사가 하는 말을 곱게 들릴 리 없다. 가슴속에서 화가 피어오르지만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내가 무식해서 그런 것이겠지', '나랑 맞지 않은 일인가 보다', '일은 또 어떻게 찾지'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은 식당이나 몸 쓰는 일을 하게 되면 먼저 몸살이 난다. 요령 없이 덤비다가 큰 코 다치기도 한다. 오래 앉아서 일하던 몸이 갑자기 하루 종일 서서 움직이는 일에 적응하지 못해 발목이 붓고 허리가 아파온다. 손님 응대나 팀원 소통 방식도 회사에서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정중하고 격식 있던 말투 대신 친근하고 빠른, 때로는 거칠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정말 낯설다. 업무 매뉴얼 대신 몸으로 익혀야 하는 노하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나이 어린 직원들의 능숙한 손놀림과 비교되는 자신을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자괴감이 밀려온다.
새로운 일을 하며 화가 나지만 도무지 해결 방법을 모르겠을 때, 정말 열심히 적응해보려 하지만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이 모든 감정과 어려움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습관과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내려놓기란 불가능하다. 당신이 겪는 혼란과 좌절은 무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한 분야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일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무식한 게 아니고 아직 모르는 것뿐이니 천천히 배워나갔으면 한다.
또한, 당신의 경험과 지혜는 여전히 가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새로운 분야에서는 초보자일지 몰라도, 인생을 살아온 깊이와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은 자산이다. 당신을 지탱해준 기둥들은 모두 소중하지만, 리모델링이 필요할 뿐이다. 별 일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고 들린다. 필자는 감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의 감정에 공감하려 할 것이고, 응원하겠다.
오늘도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우리는 함께 드라마를 보며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지요. 아무리 막장 드라마여도 현실은 그것보다 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20살에 무작정 서울에 올라오셨죠. 다방에서 커피 하나를 시키고 펑펑 우셨고, 무슨 일이 있었어도 저를 배고픈 일 없이 홀로 잘 키워주셨어요. 그동안 해오시던 음식점을 내려놓으시고, 학원 다니며 자격증을 따셨어요. 이제는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계시고요. 아들은 이제야 어머니가 아직도 훌륭한 교육자신 걸 새삼 느낍니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뜨거운 그릇을 곧잘 손으로 잡으시잖아요. 그만큼 컴퓨터 타자 연습이 쉽지 않을 거예요. 독수리 타법도 힘들어하시다가, 이제는 안 보고 타자를 치시고. 150타에 육박한 것을 보고 아들 정말 감탄했습니다. 3달 동안 평균 하루 3시간을 할애하시다니요.
세상 정직하고 떳떳한 어머니시잖아요. 누군가의 피드백을 듣기 참 어려우실 거예요. 그 사람은 틀렸다고 잔소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공감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그 사람의 역할이에요.
항상 훌륭한 아들이라고 주변에 말씀하고 다니시지만, 사실 저는 아직 애송이에요. 당신께서는 저에게 부족했다 하시지만, 저는 풍족함에 겨워 11살부터 20년 동안 과체중과 비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고 있어요 :)
사랑하고 존경하는 자랑스러운 어머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