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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Dec 26. 2023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의 원더풀 라이프는 언제인가요?

2023년 12월 25일,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싶은 욕망에 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투썸 플레이스에 다. 리버타워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평택강이 내려다보이는 뷰 맛집이었다. 꽁꽁 얼어버린 강 위를 덮은 하얀 눈 덕분에 제대로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었다.

타워에서 바라본 전경, 평택강이 얼어서 눈으로 덮였다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책 '여덟 단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 줘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가 경험하는 어떤 순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순간의 합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된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찰나에 집중해야 한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도 바라보고,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치며 커피의 쌉쌀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끽한 것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나는, 매번  순간들을 놓쳤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흩날리는 , 짙은 녹음, 포근하게 내리는 눈, 모든 것을 흘려보냈다. 그것들은 나중에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끝난 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대로 삶이 '순간의 합'이라면 내 삶은 미래를 대비하다 끝나버릴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삶이 아니었다.


우연히 일본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게 되었다. 영화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이곳에서 7일간 머물며 생전에 가장 기억에 남기고픈 소중한 순간을 고르며 시작된다. 자신이 고른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다음 세계에서 영원히 머무르게  순간이기도 하다.


양한 사람들의 인생에 각기 다른 스토리가 있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행복한 순간은 모두 소소한 일상의 찰나였다. 엄마 무릎에 앉아 엄마가 귀를 파주던 한 때, 빨간 원피스를 입고 춤을  어린 시절의 순간, 영화 속 인물 중 그 누구도 부나 명예를 거머쥔 순간은 선택하지 않았.

나라면 어떤 순간을 택할까? 지금처럼 다가올 언젠가만 대비하며 살아간다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대신 놓쳐버린 일상의 기쁨, 감사, 행복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언젠가 동생에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 그래서 뭔가 일을 벌이면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하지. 벌린 일이 마무리되면 잠시 안도하지만 다시 불안해져. 난 기쁘거나 행복하다 느끼고 사는 것 같아'

동생이 말했다. '언니가 그런 삶을 원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라면 작정하고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아. 그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언니 스스로를 달달 볶으며 살 것 같거든'


'그냥 이렇게 살다 죽으련다'


그때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진짜 그렇게 될까 두려워졌다.



현재 주어진 이 순간을 존중하며 의미 있게 엮어갈 것이다. 언젠가 림보에 도착한다면 나는 '어떠한 장면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말이다.


삶에서 단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순간을 선택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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