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5일,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싶은 욕망에 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투썸 플레이스에 갔다. 리버타워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평택강이 내려다보이는 뷰 맛집이었다. 꽁꽁 얼어버린 강 위를 덮은 하얀 눈 덕분에 제대로 크리스마스를느낄 수 있었다.
타워에서 바라본 전경, 평택강이 얼어서 눈으로 덮였다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책 '여덟 단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 줘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가 경험하는 어떤 순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순간의 합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된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지금 이 찰나에 집중해야한다.창밖으로내리는 눈도바라보고,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치며 커피의 쌉쌀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끽한 것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나는,매번그순간들을 놓쳤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흩날리는 벚꽃, 짙은 녹음, 포근하게 내리는 눈, 모든 것을 흘려보냈다. 그것들은 나중에 '불안정한미래에 대한 대비가 끝난 후즐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대로 삶이 '순간의 합'이라면내 삶은 미래를 대비하다 끝나버릴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삶이 아니었다.
우연히일본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세상을 떠난 사람들이이곳에서 7일간 머물며 생전에 가장 기억에 남기고픈소중한 순간을 고르며 시작된다.자신이 고른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다음 세계에서 영원히 머무르게될순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에 각기 다른 스토리가 있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행복한 순간은 모두 소소한 일상의 찰나였다.엄마 무릎에 앉아 엄마가 귀를 파주던 한 때, 빨간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던 어린 시절의 순간,영화 속 인물 중 그 누구도부나 명예를 거머쥔순간은 선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