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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an 16. 2024

지구종말 같이 요상하게 생긴 물건을 보니...

비워낼수록 향기 있는 사람이 된다

', 세상 지구 종말같이 생겼는데 유자잭살이라는 차예요. 맛과 향은 좋으니 찬물이나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드셔보세요'

지구 종말처럼 생겼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좋은 향이 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 받았을 땐 지퍼팩에 단단히 잠겨있어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호기심에 바로 오픈해 향을 맡았더니 유자향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며 입안에 침이 고였다.


분명 우리나라 유자로 만들었는데 영어단어처럼 들리는'잭살' 때문에 유자잭살'이라는 이름은 혼동스러웠다. 마이클 잭슨의 먼 친척정도 되는 잭살?....

괜히 소환된 마이클 잭슨

살차는 홍차의 한 종류다. 병원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하동에서는 감기약으로 처방했다고 한다. 역시 감기약답게 홍차, 배, 모과 같이 감기에 과일이 유자껍데기 안에 들어있다. 게다가 '잭살'은 영어가 아니라 '작설'의 하동 방언이다.


생긴 건 '지구종말'이지만 감기환자에게는 '천지창조'의 기쁨을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유자, 돌배, 모과는 자르거나 베어 물 때 속이 꽉 차높은 값어치가 있다. 속을 꽉 채울수록 비싸지는 과일처럼, 우리는 자꾸만 무언을 집어넣어 가득 차있는 상태가 되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귀에 들리는 주변 이야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친, 블친, 페친소식들.


반대로 유자잭살은 각각 과일의 품격을 높였던 차고 넘치던 육즙이 바짝 말라차로서 가치가 있다. 알맹이를 비우고 또 비워내 껍데기만 한 꺼풀 남도록 말이다.

세상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생기는 불안함, 남보다 구려보이는 자신의 초라함을 마음에서 비우고 비워낸다. 응축된 영양분과 향만 남은 유자잭살처럼. 나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 마음 안에 있는 그 별을 발견하고 향기로운 사람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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