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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an 21. 2024

종기가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맞다. 엉덩이에 뿔이 났다

니... 엉덩이에 종기 나겠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반 친구들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해주었던 이야기다. 천성이 우직하게 잘 앉아있는 편이다. 그때는 학생의 본분을 다하려고 지금은 나의 임무를 갈고닦기 위해 엉덩이는 늘 짓눌려있다.


고등학교시절, 반 친구들이 모두 엎드려 자던 쉬는 시간에도 끝까지 고개를 쳐들고 엉덩이 무겁게 앉아있었지만 종기가 난 적은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데....


며칠 전, 코칭을 배운다고 8시간 반을 앉아 수업받은 다음 날이었다. 출근을 하려고 차에 올라타 앉는 순간 '악' 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뭐지?' 엉덩이 꼬리뼈와 의자가 맞닿는 그곳. 살갗이 벗겨진 것처럼 쓰리고 따끔거렸다.

'오랜만에 너무 앉아있었나?' 엉덩이에 살집이 많은 편은 아니라 종종 피부가 쓸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운전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출근하자마자 달려가 확인을 하니 피부가 벗겨진 게 아니라 조그맣고 땡땡한 결정이 잡히는 거다. 헐...'이게 말로만 듣던 종기야?' 분명 피부가 압력에 노출된 서다. 절대로 청결 문제는 아니라고:(믿거나 말거나)

엉덩이 종기 원인은 주로 피부가 압력에 노출되거나 땀과 습기로 인해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여름철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에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겨울에도 엉덩이 종기가 발생할 수 있는데, 따뜻한 실내 환경이나 따뜻한 옷을 입을 때 땀이 더 발생하기 쉬운데 기인합니다.
-365 힘찬 한의원 블로그

얼마나 아픈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운전은 물론 밥 먹을 때도 아파 죽을 것 같았다. 단단하던 종기가 곪아 터지는 2~3주가 지나야 증상이 없어진다고 하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견딜지 막막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걷는 발은 마사지는 물론 찜질도 해주었다. 반면 딱딱한 의자와 맞닿아 긴장하는 엉덩이는, 짓눌려 숨이 막혔을 텐데 한 번도 수고로움을 알아봐 주지 못했다.


그런데 고작 1cm도 안 되는 종기로 인해 그 동안 신경 써보지 못했던 엉덩이를 살피게  것이다.

'43년 동안 얼마나 수고가 많았니? 고생 많았어' 


매일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도 고 연고도 바르고 마음껏 숨 쉬게 했다. 누워있냐며 의자에 앉을 때마다 지적받던 앉은 자세도 꼿꼿하게 고쳐 앉았다. 아픈 만큼 신경 써주니, 이렇게 딱딱한데 '곪기는 할까?' 했던 뿔난 종기가 3일 만에 터져 사라졌다. 3주 걸린 다고 했는데, 단 3일 만에...



참, 사람이 간사한 게 그렇게 아프던 통증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앉는 자세가 무너지려 한다. '신경 써야지.'

오늘도 내 임무를 완수하는데, 엉덩이 니 공이 컸어. 앞으로도 잘 살펴볼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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