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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10. 2020

열심히만 살다 죽어버릴까봐 무서웠다.

타인을 도우며 잔잔히 스며드는 행복을 느껴보셨나요?

늘 마감에 쫓기듯 바쁘게 지내는 저에게, 남자 친구가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은 '그냥 열심히 사는 게 목표'인 사람 같아요.


?
!
......




연애 초반, 저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그를 답답해하며 지적질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주말엔 왜 늘어져 쉬려고 하는지, 퇴근 후엔 남들이 올러놓은 인스타 피드만 보고 있는지,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년간의 치열한 다툼 끝에 그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와 제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점차 익숙해지고 닮아가는 지금, 저는 좀 게을러지고 그는 꽤 부지런해지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를 너무나 잘 아는 그가 3년의 관찰 끝에 내뱉은 이 말은 소름 돋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데드라인이 정해진 부업을 하고 있진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어색하고 불안함을 느낍니다. 인터넷 기사라도 읽고 영어 문장이라도 귀에 들려야 그제야 안심이 된다고 할까요?


시간을 그저 그렇게 흘려버리면, 그 하루를  지켜내지 못한 패배자가 되어 우울해집니다. 이런 예민한 기분까지 고스란히 함께 느끼는 그이기에,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이유도 없이
그저 부지런하게 살다 죽는 건가?


 목표를 세우고, 제 자신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지만 원하는 것을 이뤄버리자 허무했습니다.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불행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언젠가 브런치에 글을 쓰다 말고, 서랍 속에 담아둔 글을 읽었습니다. '열정은 쓰레기이다'라는 책에서 봤던 인상 깊었던 이야기입니다.


내가 만화가로의 이력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말해주겠다. 살면서 가장 큰 액수의 수표를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직업을 갖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나는 부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깊은 슬픔을 느꼈다.

원하는 바를 이루고 인생의 일차적인 목표가 사라지자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허무했다. 무엇을 더 성취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 일에만 매달린 사람들이 보통 이런 종류의 불행을 겪는다.

이런 불행을 겪는다면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의 감정과 성공한 사람이 겪는 슬픔이 같은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대학시절 어쩔 수 없이 했던 자원봉사였지만 그 경험을 통해 느꼈던 만족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과거 경험을 글로 쓰고 영상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됐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매일 환자를 돌보며 도움을 줘야 하는 본업에서 행복을 느낀적도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저는 왜 먼 곳만 바라보고 불행했을까요?


타인을 도우며 스며드는 행복, 여러분은 느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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