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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18. 2020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하는 이유

잘 듣고 맞장구만 쳐줘도 회복이 빨라진다.

간호사로 병원 면접을 볼 때마다 나오는 단골 질문과 그에 대한 모법 답안이 있습니다.


당신은 간호사로서 어떠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까?

까다로운 환자를 돌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저는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환자로 대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blablabla



적극적인 경청=active listening은 실제로 환자들과 라포를 형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어린아이들도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알리려고 떼쓰고 소리를 지르며 공감을 바라는데, 하물며 어른은 오죽할까요?



그러나 우리나라 유명한 대학병원들의사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 환자가 의사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분도 채 안된다' 뜻이기도 하고요.


정형외과 정기검진을 다녀오실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의사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자기 말 안 들을 거면 오지 말래. 내가 언제 안 듣는 다했나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의사하루에 수십, 수백 명씩 밀려오는 환자에 그들의 말을 다 들어줄 여유가 없을 것이고,  시간이 넘게 기다려 겨우 의사 얼굴을 봤는데 아프다는 이야기도 안 들어주는 의사가 환자는 야속 만합니다.


그러니 의사보다 마주치기 쉬운 간호사라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려는데, 그들눈코 뜰 새 없어 들어주지도, 대답해 주지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환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그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는 것도 '돌봄'의 행위에 포함됩니다. 그렇게 환자와 라포가 좋아지면 그들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저 역시, 합격을 위해 대답했던 모법 답안처럼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지' 매일 아침 출근길, 다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디 병원이 만만한 곳이겠습니까? 스케줄이 꼬이거나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고, 저도 모르게 환자들의 이야기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제가 주로 돌보는 파란 눈의 미군가족들도 아프면 까칠하고 예민하게 굽니다. 앞에서 미소 짓다 진료실을 떠나 조용히 불평 카드를 넣고 가기도 하고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프면 서럽습니다. 서러운데 내 말을 무시하면 화나는 건 당연하죠 뭐.



하지만  들어주고 맞장구만 쳐줘도, 아프지만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발걸음은 경쾌하기만 합니다. 덩달아 제 마음도 가볍고 보람되니 까이꺼, 이야기 하나 못 들어주겠습니까?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만
아프면 서럽기까지 합니다.
그 마음을 잘 읽고 들어주는
변치 않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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