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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ul 03. 2024

집착을 버리는 방법은 없다. 다만 계기가 생길 뿐

내 것이 아니 것을 포기하는 용기

아침 출근길, 장마라더니 운전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마침 석가모니의 명언을 듣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마음에 쑥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너의 것이 될 운명이 아닌 것을 영광스럽게 포기하라.'


마치 누군가 '당신도 이제는 집착을 버리고 평안에 이르길...'이라며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뭣이 중헌디. 맘 편한 게 제일이지'

마지막에는 중요한 게 3가지가 남는다.
네가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지
네가 얼마나 품위 있게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너의 것이 될 운명이 아닌 것을 얼마나 영광스럽게 포기했는 지다.
-석가모니

45년을 향해 달려가는 생애 전반에 걸쳐 그놈의  집착 때문에 나는 늘 불안했다.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집착, 남들이 가진 것에 대한 집착, 남에게 잘 보이려는 집착, 남보다 손해 볼 것에 대비하려는 집착. 온통 집착의 주체는 '내가 아닌 남'이었다.

'버려야지'했지만 단숨에 버려질 리 만무했다. '이것만 해결되면, 이 일만 지나고 나면 이제 바랄 게 없어. 집착할 것도 없어'했지만 폭우가 지나면 또 다른 폭우가 쏟아지듯 집착 역시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렇게 살다 죽을 팔자인가 보다' 


어느덧 체념해 버리는 순간도 왔다.


'희원아, XX가 죽었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나보다 한참 어린 지인의 사망소식. 사인은 뇌출혈이라고 했다. 그녀는 종종 머리가 아팠고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그게 뭐 이상해? 누구나 머리는 가끔 아프잖아. 살면서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 거잖아.'

그녀는 회사를 참 사랑했다. 자신의 일도, 동료들도. 동료들은 그녀를 열정적이고 지혜로웠으며 따뜻한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다행인 건 그녀는 짧았지만 정말 행복하게 살다 갔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만일 죽기 1초 전이라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답을 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무지 억울해!'


쉽게 놓을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나 역시 어느 날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약도 듣지 않았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한쪽 눈두덩이 저 깊숙한 곳이 꿈틀꿈틀거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쪽(편측성) 두통이 시작되었다. MRI 촬영도 했지만 문제는 전혀 없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 그놈의 집착 때문이었다.


나방이 어떤 별이나 다른 어떤 곳에 의지를 집중하려 한다면 그건 안 되는 일이야. 나방은 절대로 그러지 않겠지만. 나방은 자기에게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것, 자기에게 필요한 것, 무조건 가져야 하는 것만을 찾아.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내지.
-데미안

집착, 그거 버리고 싶다고 버려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45년 묵은 집착을 단번에 내려놓기에 충분했다.


요즘처럼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 얄미워 말도 하기 싫었던 동료에게 진심으로 측은지심이 들어 혼자 깜짝 놀랐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야 하나 둘 불필요했던 욕망이 떨어져 나가는가 보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 나에겐 의미 없고 가치 없는 남의 것들을 포기하면서 점점 두통도 줄어들고 있다. 더 내려놓고 그녀 몫까지 사랑을 베풀며 평안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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