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울 독산고등학교에 직업인 특강이 있는 날이었다. '서울은 무조건 대중교통이지'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타야 된다는 부담감에 꼭두새벽부터 일어났다. 게다가 이번주는 장마전선이 열일을 하는지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새벽까지 내리고 있었다.
'으.. 꽤나고생하겠군'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에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콧노래를 부르며 우산을 펼치려는 순간 '뭐야 뭐야' 비가 뚝 그치는 것이 아닌가? 기분 좋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전광판에는 초록색 글씨로 '10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가 반짝거렸다. 그런데 '뭐야 뭐야' 1분도 안돼 원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뭐지? 복권이라도 사야 되니?'
'에이 설마',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광운대행 전역 출발'이라는 메시지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나 오늘 뭐 있다.'
내 앞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나의 오늘의 운세를 알기라도 하듯 다음역에서 미련 없이 내리셨다.얼떨결에 출근시간 지옥철에서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행운은 계속되었다. 16분마다 도착한다는 버스가 바로 오질 않나 학교 도착하니 해가 쨍쨍했다. 예상대로 수업을 마치고 평택에 도착하니 비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그야말로 '운수대통'인 하루였다.
문득 고등학교 때 배웠던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소설 속 주인공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은 결국 아내가 죽어버린 가장 운수 나쁜 날이었다.
그날따라 유독 일을 나가지 말라던 아내를 두고 나가 큰돈을 벌게 됐던 날. 일찍 들어가 아내의 임종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운수가 좋아 돈이 들어오던 날.
운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좋고 또 어떤 날은 숟가락도 못 들 정도로 다운되는 날도 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인생에 한 가지 확실한 건,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다 지나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