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 신자다. 성경책도 안 읽어봤고 일요일 딱 하루 겨우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염치 불고하고마음을의지하며 산다. 1년 전 어느 일요일,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갔는데 낯선 신부님이 계셨다. 신부님께서는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효명고등학교라는곳에 근무하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진로강의로 고등학교를 갈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효명고에 꼭강의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여러 학교를 다니는 동안 효명고등학교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효명고등학교가 내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갈 무렵, 기적처럼 그곳에서강의 요청이 왔다. 1학년 33명에게 직업인으로서의 간호사를 소개하고 간단한 체험을 해달라고 했다.30번 넘게 숱하게 반복해 본 강의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되고기대도많이 되었다.
진로강의를 나갈 때 나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나와 만나는 순간부터 자신에 대해 궁금함을 갖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이를 위해 자신에 대해 몰랐던 나의 유년시절과 그로 인한 실패했던 대학생활, 직장생활을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적어도 한 명은 나의 진심이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강의를 나가보면 진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보다 없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당장 코앞에 닥친 진로에도 관심이 없는데 '자기 자신을 알아야 돼'라는 외침이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내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강의 전날 긴장한 탓에 잠을 설쳤고 당일엔 정신이 몽롱했다. 열정이 나오기는커녕, 컨디션이 안 좋으니 말도더듬거리고 컴퓨터 조작까지미숙했다. 결국 준비해 간 영상도보여주지 못했고시간조절에도 실패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건, 나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변화다.
'자는 친구들이 있네?쟤는 왜째려보지? 지루한가? 기대를 하고 왔는데 실망인걸...'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욕심부리지 말라고 했다.
내 마음대로 아이들이 모두 경청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고자거나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생기자 내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실망했다.이건앞사람에게텔레파시를 보내놓고 '왜 내 마음을 모르냐' 라며따지고실망하는 어이없는 상황과 같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었다. 기대도 실망도 결국 나 혼자 벌인 일이다.
나는너무 준비했고, 너무 기대했으며,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기대하지 말라. 판단하지도 말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내려놓아라 -석가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