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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ul 14. 2024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과한 기대와 욕심이 불러온 결과

나는 천주교 신자다. 성경책도 안 읽어봤고 일요일 딱 하루 겨우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염치 불고하고 마음을 의지하며 산다. 1년 전 어느 일요일,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갔는데 낯선 신부님이 계셨다. 신부님께서는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효명고등학교라는 곳에 근무하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진로강의로 고등학교를 갈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효명고에 꼭 강의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 여러 학교를 다니는 동안 효명고등학교와인연이 닿지 않았다. 

효명고등학교가 내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갈 무렵, 기적처럼 그곳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1학년 33명에게 직업인으로서의 간호사를 소개하고 간단한 체험을 해달라고 했다. 30번 넘게 숱하게 반복해 본 강의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되고 기대도 많이 되었.


진로강의를 나갈 때 나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나와 만나는 순간부터 자신에 대해 궁금함을 갖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다. 이를 위해 자신에 대해 몰랐던 나의 유년시절과 그로 인한 실패했던 대학생활, 직장생활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적어도 한 명은 나의 진심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강의를 나가보면 진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보다 없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당장 코앞에 닥친 진로에도 관심이 없는데 '자기 자신을 알아야 돼'라는 외침이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내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강의 전날 긴장한 탓에 잠을 설쳤고 당일엔 정신이 몽롱했다. 열정이 나오기는커녕, 컨디션이 안 좋으니 말도 더듬거리고 컴퓨터 조작까지 미숙했다. 결국 준비해 간 영상도 보여주지 못했고 시간조절에도 실패했다.  어이가 없었던 건, 나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변화다.

'자는 친구들이 있네? 쟤는 왜 째려보지? 지루한가? 기대를 하고 왔는데 실망인걸...'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욕심부리지 말라고 했다.


마음대로 아이들이 모두 경청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고 자거나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 생기자 내 기대미치지 못한다고 실망했다. 이건 앞사람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놓고 '왜 내 마음을 모르냐' 라며 따지고 실망하는 어이없는 상황과 같. 아이들은 문제가 없었다. 기대도 실망도 결국 나 혼자 벌인 일이다.


나는 너무 준비했고, 너무 기대했으며,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기대하지 말라. 판단하지도 말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내려놓아라
-석가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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