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시험일이자1994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시작된 이래,처음으로12월에수능이 치러지는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인해 선배를 응원하려는 후배들 대신,체온 체크를 하는 방역관들이 수험생을 맞았고, 입실한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낀 상태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이제발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2년 전,세상이 끝날 것 같았던 수능 당일이,제게는어제처럼 선명하거든요.
저는 1998년 11월 18일 수요일 수능을 치른 99학번입니다. 밤마다 엄마 품에 안겨야겨우 잠이든 예민했던 고3, 그 여정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던'수능시험'이 끝나면 지구 종말이 올 것만 같았습니다.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고등학교를 벗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능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으며 점심도시락 반찬까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수능시험은 제인생의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절대반지'같은 존재였습니다.
당연한 줄 알았어. 간절함을 몰랐어. '인서울'
-하상욱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원하는 대학을 물으면 '연대 의대'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는인서울, 3학년 때는 4년제대학에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운빨 좀 받기를 기대했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히 들어맞았던 가채점결과는 실제 점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던 수능 결과는,앞으로 펼쳐질 제 인생 곡선의 수많은 점들 중 겨우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수능점수로 결정한 대학을 졸업해도 생각대로 취업이 되지 않았고, 겨우 합격한 회사에서의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었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무궁무진한 점들이 존재하고있습니다.수능점수가 구분 지어 놓은인서울, 지잡대가 내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절대반지'가아니었다는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능이 끝난 이제부터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출발점입니다.수능 점수에 너무 기뻐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능결과에여러분의 꿈을 끼워 맞추려 하지마시고, 해보고 싶은 모든 일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앞으로 겪으실 실패도 좌절도 여러분의 행복에 밑거름이 될 소중한 자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