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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Dec 03. 2020

고전이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게 확실합니다.

2020년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들께

오늘은 수능시험일이자 1994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2월에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선배를 응원하려는 후배들 대신, 체온 체크를 는 방역관들이 수험생을 맞았고, 입실한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낀 상태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이 제발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2년  전, 세상이 끝날 것 같았던 수능 당일이, 제게는 어제처럼 선명하거든요.





저는 1998년 11월 18일 수요일 수능을 치른 99학번입니다. 밤마다 엄마 품에 안겨야 겨우 잠이든 예민했던 고3, 그 여정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수능시험'이 끝나면 지구 종말이 올 것만 같았습니다.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고등학교를 벗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능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으며 점심 도시락 반찬까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수능시험은 제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 '절대반지'같은 존재였습니다.





당연한 줄 알았어.
간절함을 몰랐어.
'인서울'

-하상욱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원하는 대학을 물으면 '연대 의대'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는 인서울, 3학년 때는 4년제 대학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운빨 좀 받기를 기대했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히 들어맞았던 가채점 결과는 실제 점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던 수능 결과는, 앞으로 펼쳐질 제 인생 곡선의 수많은 점들 중 겨우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수능점수로 결정한 대학을 졸업해도 생각대로 취업이 되지 않았고, 겨우 합격한 회사에서의 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었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무궁무진한 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수능점수가 구분 지어 놓은 인서울, 지잡대가 내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절대반지' 아니었다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능이 끝난 이제부터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출발점입니다. 수능 점수 너무 기뻐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능 결과에 여러분의 꿈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마시고, 해보고 싶은 모든 일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겪으실 실패도 좌절도 여러분의 행복에 밑거름이 될 소중한 자산이니까요.


무엇보다 수험생 여러분,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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