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인스타 DM을 받았다. 대학생 문화기획단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한분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 영상과 글을 보았고 나의 이야기를 공유해 20대들에게 동기부여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기뻤지만잠시 망설였다. 요새는 유명인들이 아니더라도 나 같은 직장인들 중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난평범 그 자체이지 않은가?
다르게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20대도 나처럼 지극히평범한 사람들이다. 대단하진 않지만 그들보다 먼저 이리저리 흔들리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내 이야기가 오히려 그들에게 공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사전 질문을 받아보니딱 하나 걸리는 질문이 있었다.
질문) 20대 청춘들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려 할 때 주변의 반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조언해 준다면?
'엇, 난 마흔 중반에도 여전히 흔들리는데... 어떻게 하지?'
왠지 '흔들리지 않는 방법 베스트 3' 이런 정답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았다. 남들은 뭐라고 하는지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글이나 영상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타인의 시선과 말에 휘둘리는 내가 남의 이야기를 내 것인 것처럼 옮길 수가 없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솔직히 나는 아직도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고 출근해도 회사 동료들 말에 흔들리고, 친구들 소식에 흔들리고 이웃들 소식에 흔들린다.20대 때랑 비교하면 흔들림의 강도가 좀 줄었을 뿐이다.그때는모든 사람들 말에 휘청거렸다면 이제는다양한경험을 통해 데이터가 축척되면서 어느 정도 대처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면서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생겼다. '괜찮아, 넌 더 어려운 일도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잘 해낼 거야'. 스스로 다독이고 격려하며 결정한 일을 밀고 나간다.그러다가도 누군가의 뾰족한 말에 상처 입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나를 믿기에 다시 걸어간다.
나태주 시인이 세바시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60년 동안 2천 편이 넘는 시를 썼어요. 그러니까 시를 죽 먹듯이 그냥 쓸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저도 날마다서툴고날마다설레고날마다틀리고망설여요. 이게 생명이 아닌가싶습니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 뭘 해도 매일 서툴고, 서투르지만 좋으니 설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다 보면 틀리니까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살아있는인간이기 때문에 매 순간 마음은 변하고 움직이며 흔들린다.
75세, 경력 60년 시인인 나태주 님도 날마다 서툴고 설레고 틀리고 망설인다는데, 고작 40년 남짓 살아본 내가 흔들리지 않는 건 거짓말이다. 그러니 20대 대학생들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다. 흔들리면서 자신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도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그러다 보면 20대 때보다는 30대에, 30대 보다 40대가 되면 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했다.
'그대들은 지금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방황을 할 수밖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방황조차 없지. 그저 살뿐이야. 자네들은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서서히 그 노력의 대가가 뒤따를 테니 걱정 말게. 좋은 일이 오거든 거기서 오랫동안 심취해서 머무르지 말고 다시 방황의 길을 택하게나. 그것이 진정한 살아가는 맛을 주거든.'
살아있는 한 우리는 흔들릴 것이다. 괴테의 말처럼 흔들려야 살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고. 20대 청춘들도 불안해 말고 마음껏 흔들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