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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Jul 10. 2019

토이스토리 4: 살아있는 돌봄을 위한 전략

나를 돌아보는 저널 쓰기

"난 버림받은 장난감이 아니야"


9년 전 앤디에게 버려지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떠났던 보핍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조명등 옆에 서있기만 하던 수동적인 도자기 인형 아니라 부러지는 팔에 스스로 테이프를 감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말이죠. 주인에게 버림받은 장난감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삶을 선택하는 캐릭터로 변모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포키를 찾으러 가는 우디를 도우며 그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토이스토리 4에서 저에게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주인공 우디가 아닌 보핍이었습니다.

주인의 선택을 기다리는 다른 장난감들과 달리 사람에 의해 선택되고 언젠가 버려지는 장난감으로써의 숙명을 거부했습니다. 넓은 세상을 보고 모든 걸 누리고 싶은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스컹크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이 알아서 피하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강인한 모습도 보여줬어요. 이렇게 자신을 먼저 돌보고 자신의 소중한 양 세 마리와 기글을 지켜냈습니다.




이와 반대로 장난감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우디는 보니를 위해 포키를 구하러 골동품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보핍과 다른 장난감 동료들도 우디를 돕기 위해 함께 들어가지만 흥분한 우디 때문에 모두 위험에 빠지고 마는데요. 포키를 구하지 못한 우디는 말리는 보핍을 뒤로한 채 혼자 골동품 가게에 다시 들어가 버립니다.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하고 싶다는 개비 개비에게 소리주머니 마저 양보하는 우디는 오지랖 넓다 못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자신의 소리상자를 내어주고 장난감으로써 가치가 없어진 우디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가장의 무게를 혼자 견디느라 늘 바쁘셨던 아버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깊게 못 주무실 때가 많았고 건강도 썩 좋지 않으셨어요. 병원 가서 검진 한번 받자고 하는 자식들의 요청을 완강히 거부하시고 평생 종합검진 한 번을 안 받으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다 본인이 몸에 이상을 느끼고 스스로 병원에 가셨지만 중환자실에서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돌봄을 주는 것은 나도, 다른 사람도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단한 내면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도 건강하게 다스릴 줄 알아야 서로 살아있는 돌봄을 느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우디는 자신의 쓸모를 주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돌보지 않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주인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겠다 마음먹은 우디는 보핍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장난감을 돕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죠. 스컹크 안에서 스스로를 사람들로부터 지킨 보핍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우디처럼, 누군가를 제대로 돌볼 수 있으려면 나를 먼저 챙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전략이 바로 저널 쓰기예요. 저널 쓰기는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정신, 감정, 육체의 건강과 성진을 증진시키는 치료적 글쓰기입니다. 우디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 단단한 자아를 갖게 되는 것처럼 저널 쓰기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주거든요. 


너도 나도 살아있는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내가 괜찮은지 먼저 챙겨줘야 합니다. 저널 쓰기는 내가 직면한 사건, 상황,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로써 지금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함께 살아있는 돌봄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돌봄에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보핍이 용감하게 작전을 지휘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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