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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 휴가내고 3년간 진로강의를 다니는 이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by 희원다움

서울에 있는 금호고등학교에서 진로 강의가 있었다. 사실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은 유독, 서울 학생들이 지닌 공통된 분위기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편견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서울 아이들은 반응이 조심스럽고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반면에 내가 주로 만나는 경기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더 활달하고 표현이 솔직하다. 질문도 과감히 던지고 그 덕에 강의 시간이 더 생기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 아이들은 차분하고 침착한 만큼, 더 피로하고 생기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무언가에 눌려 있는 듯한 표정이 많다.

오늘 만난 두 반의 분위기도 그랬다. 특히 두 번째 반에서 그 느낌은 더 선명했다. 처음 보는 학생들인데도 엉뚱한 돌발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아예 뒤돌아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의 잡음이 잔잔히 깔리는 동안, 강의에 집중하던 다른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눈에 보였고, 그게 참 신경 쓰였다.


하지만 강사로서 중심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나는 강의를 잠시 멈추고 “혹시 두 친구, 나한테 질문 있어요?” 하고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살짝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내 나름의 경고였다. 두 친구는 잠깐 조용히 했지만 이내 다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끝까지, 전달할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다행히 3년 차 진로강사로서, 짬에서 나오는 집중력으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실, '오늘 강의는 완벽히 망했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 두 번째, 가장 산만했던 그 반에서 강의가 끝난 뒤 세 명의 친구가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진짜 도움이 됐어요.”라고 소감을 이야기한 후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궁금함을 가득 안고 다가온 아이들 질문에, 마음이 환해졌다.

강의를 할 때, 내 이야기를 듣고 딱 한 명의 마음속에 ‘자기 자신’을 향한 작은 불씨가 켜지면 성공이다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라는 직업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내가 강의를 나가는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자"는 메시지를, "아직 진로를 확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를, "이게 진짜 내 마음인가?"를 묻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


진로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를 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좋아하는 것, 끌리는 것, 반복해서 생각나는 것, 그 조각들을 모아 나만의 방향을 잡아가는 여정이다. 여정의 시작은 자기 자신에게 품는 작은 관심이다. 그 관심이 켜지는 순간, 마음속에 전구 하나가 '탁'켜진다. 오늘은 그 전구가 세 명에게서 켜졌다. 딱 한 명만 켜져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운수 대통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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