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까?
자대병원이 없는 학교에 다니는 간호학과 1학년입니다. 요즘 병원은 자대 간호학과 출신을 더 선호하고, '좋은 병원'에 들어가려면 자대병원이 있는 학교 출신이 유리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자대병원이 있는 학교에 편입을 준비해야 할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간호학과에 편입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소위 '빅 5'라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에 가야만 간호사로서 성공한 삶을 사는 거라 믿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이 서고, 내 선택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3년 내내 학교 성적, 토익, 봉사활동까지 빅 5 병원이 요구하는 스펙을 쌓아가느라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간호학과 학생들도, 여전히 우리나라 간호사는 ‘상급 종합 병원(소위 빅 5라고 불리는 병원 )에 들어가는 것이 진로의 성공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특히 2024년 시작된 의사 파업 여파로, 병원 시스템이 크게 흔들렸고, 간호사 채용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제로 상급병원 채용 증가율은 2024년 5.19%에서 2025년 1.92%로 61% 급감했다.
그 여파로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수는 늘어났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이직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조차 채용을 줄이고, 일부 병원은 정규직 대신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 고용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은 병원에 들어갈까?’보다, ‘나는 어떤 간호사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물어야 한다. 채용 시장이 불안정해진 지금, 병원 이름만 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병원 간판이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으로 커리어를 지속하고 싶은지에 대한 중심축을 갖는 것이다.
-나는 어떤 간호사가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돌보고 싶은가?
-내가 바라는 근무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 (병원/회사/학교/해외 등)
-편입은 그 목표에 꼭 필요한 선택인가, 아니면 단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선택인가?
편입은 수단일 뿐이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고, 그때도 편입이 나에게 꼭 필요한 전략이라 판단된다면, 그때 하면 된다. 하지만 단지 불안해서 선택하려는 것이라면, 잠시 멈춰서 방향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의료 시스템도, 채용 시장도, 사회의 흐름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나만의 기준이다.
나는 오랫동안 환자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은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지, 아니면 나중에 교육, 행정, 해외 파견 간호사로 확장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자.
나도 그 길을 걸어봤기에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남들이 어디로 가는지가 아니라,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 좋은 병원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간호사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
‘편입을 할까? vs 말까?’보다 ‘왜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 보자. 우리는 방향이 명확해질 때, 자신의 선택에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그 방향을 찾는 중이라면, 이미 잘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여정을 응원한다.
[단계별 가이드]
1단계. 편입 전, ‘진짜 이유’를 파악하기
-왜 편입하고 싶지?
-편입하면 나의 어떤 문제가 해결될까?
2단계. ‘어떤 간호사로 살고 싶은지’ 그려보기
1. 내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2.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ex. 안정성, 성장, 소속감, 보람)
3. 5년 뒤, 간호사로서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3단계. 나에게 맞는 커리어 전략 세우기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채용 추이와 지원 조건 정리해 보기
-병원 외 진로를 고려해 보고, 거기에 필요한 경력/스펙/경험을 조사(ex. 기업 간호사, 건강보험공단, 코디네이터, 보건교사 등)
4단계. 결정 후엔 망설이지 말고 실행하기
-편입을 하던 현재 학교에 남던 결정된 것 실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