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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을 찾으면 생기는 변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며...

by 희원다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진로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막상 해보면, 일의 내용보다 방식이나 환경이 나와 맞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조용히 혼자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사람과의 소통이 없어서 외롭고, 반대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지속적인 대면이 오히려 에너지를 고갈시키기도 한다.

이런 불일치는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알아두면 진로를 훨씬 더 정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


나의 첫 전공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였다.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은 내 성향에 맞지 않았다. 앉아 있는 시간과 몸을 움직이는 시간의 균형이 깨지면 식욕도 떨어졌다. 그래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오면 속이 더부룩해 체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일의 내용에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코드를 짜고 오류를 찾는 과정이 지루했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는 일도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때는 그저 컴퓨터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단순한 싫음 뒤에 나만의 패턴이 숨어 있었다. 무엇이 나와 맞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수학, 이치를 탐구하는 과학을 좋아했다. 하지만 국어나 영어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언어, 외국어 영역은 문제집을 풀며 수능용으로 공부했을 뿐, 언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지 않았다. 게다가 열심히 문제집을 풀어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컴퓨터 언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대학에서는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나쁠 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았기에 공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공을 살려 취업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머리로 계산하는 일보다 사람과 직접 부딪히며 변화를 만드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몸을 써서 도우며 눈앞에서 변화를 확인할 때 에너지가 생겼다. 그래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나와 훨씬 잘 맞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어렵다면 하기 싫은 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잠깐이라도 경험해 보자. 하기 싫은 일을 경험하는 것 역시 자기 탐색의 한 부분이다. 무엇이 나와 맞지 않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그 반대편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카페 아르바이트나 행사 스태프로 서서 일해보라. 그 피로감이 ‘에너지 소모’인지, ‘성취감’인지 구분해 볼 수 있다. 영업이 두렵다면, 플리마켓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보거나, 당근거래로 낯선 사람과 거래해 보라. 그 경험 안에 ‘나에게 맞지 않는 감정의 패턴’이 숨어 있다.

좋아하는 일은 경험이나 나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건 나의 성향이나 에너지 사용 방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로의 방향을 도저히 잡지 못하겠다면, 매일 ‘하기 싫은 일’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이유를 세밀하게 기록해 보길 바란다. 그 과정이 어쩌면, 당신이 나아갈 방향을 밝혀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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