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일까?

열심히가 아니라...'이것'을 알아야 한다

by 희원다움

2011년, 서른한 살에 간호학과에 편입했다. 지금이야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선생님들도 새로운 시작을 하지만, 그때는 내가 ‘편입 최고령자’였다. 공부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던 교육의 도시 공주에서, 나는 원 없이 공부했다.


수업이 끝나면 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날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암기하고, 복습하고, 공부를 마무리하기 전엔 집에 가지 않았다. 매일 복습하고, 시험 기간엔 시험 범위를 다시 복습하고, 불안하면 수시로 교재를 들여다봤다. 학점도 좋았고, 성실하게 공부했다는 자부심도 컸다. 그런데 간호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났다.

국가고시라는 이름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사실 사법고시처럼 몇 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험은 아니다. 대부분은 시험 전 2~3개월 정도 기출문제를 풀며 정리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걱정이 많았던 나는 무려 5개월 전부터 ‘국시 모드’에 들어갔다.


문제는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과 몰입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분명 책상 앞에 앉아 있긴 했지만, 머릿속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했다. 공부를 한다기보단 그냥 자리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해 공부에 몰입하는 시점에,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그때까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공부 방식과 환경을 돌아봤다. 나는 ‘공부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손으로 깜지를 써야 머릿속에 각인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도서관의 정적은 오히려 내게 졸음을 유발했고, 외운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가 너무 안 돼서 카페에 가서 온라인 강의를 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들은 강의는 훨씬 더 집중이 잘 됐고, 내용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무심코 중얼거리며 따라 말하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그 경험 이후로 나는 ‘청각 중심 학습자’라는 걸 자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공부 방법을 완전히 바꿨다. 핵심 개념을 내 목소리로 녹음해 산책하거나 이동할 때마다 반복해 들었다. 간호학 특성상 비슷한 증상과 헷갈리는 의학 용어가 많은데, 손으로 써가며 공부할 땐 안 외워지던 내용이 소리로는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남았다.

그제야 알게 됐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몰입의 조건은 다르다. 누군가는 조용한 독서실에서, 또 누군가는 적당한 소음 속에서 집중이 잘 된다. 누군가는 시각 중심 학습자고, 누군가는 청각 중심이다. 공부든 일이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찾은 사람이 유리하다. 성실함이나 근성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신을 이해하고 구조화시키는 일이다. 어떤 결과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언제 가장 몰입이 잘 되는가?

-나에게 잘 맞는 환경과 방식은 무엇인가?

-실패 후, 무엇을 바꿔 시도해 볼 수 있을까?


필요한 건 더 많은 ‘열심히’가 아니라, 더 나에게 맞는 방식이다. 실패를 회고하고,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실험해 보자. 실패는 그 안에 해답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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