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내 편이 될 수 있을까?
“실패를 세상에 꺼내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실패는 숨기고 싶은 치부다. 잊고 싶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새로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실패를 기록하고, 콘텐츠로 만들고, 세상에 꺼내놓을까?실패는 혼자 견딜 때보다, 정리해서 꺼내놓을 때 의미가 생긴다.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 자신에겐 복기와 회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는 간호학과 편입 후 첫 직장으로 들어간 병원을 3개월 만에 퇴사했다. 학교를 다닐 때,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닐 만큼 성실했고, 성적도 좋았다. 바쁜 학기 중 공주에서 서울까지 봉사활동을 다녔고, 토익점수도 높았지만 결국 원하던 병원은 가지 못했다.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은 모조리 떨어지고 겨우 보라매병원에 붙었을 때, 뼈를 묻겠다 다짐했다. 아무리 간호사 업무가 힘들다지만 6년간의 직장경험이 있는데 못 견딜 일은 없다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태움'이 너무 심했다.
세상에는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 실패가 때로는 시스템이나 구조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꼭 대학병원 취업이 아니어도, 병원은 많다는 것. 병원이 아니어도 진로가 다양하니 '간호사가 되는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글로 꺼내놓았을 때, 많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도 편입 준비 중인데, 현실 얘기를 들으니, 각오가 서고 오히려 용기가 나요.", "단번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이런 경험을 듣고 나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꼭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다른 길이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봐요.”, “늦게 시작했는데, 선배님 덕분에 진로 확신이 생겼어요.”
내 실패는 누군가에게는 진로의 리얼한 길잡이가 되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간호대에 편입해 학과생활을 잘하고 있거나 병원에 취업한 분들이 종종 나에게 연락을 준다. “그때 글이 아니었으면,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내가 실패를 기록하는 이유는, 정리되지 않았던 그때의 문제와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 선택을 다르게 하는 단서, 혹은 내가 몰랐던 현실을 미리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실패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실패를 나누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누군가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멈춰 있던 걸음을 내디딘다. 나 역시, 그때의 나를 넘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실패를 어떻게 마주하고, 그 과정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실패는 내 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