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채로 머무르는 것이다.
-프랑스 속담-
실패를 외면하면, 그건 그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실패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기록하자. 그리고 다르게 다시 해보자.
승무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 ‘나는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지?’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마사지받는 걸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한국 비행이 있던 어느 날, 강남의 한 뷰티학원 원장님께 상담을 받았다. 동안 외모와 탄탄한 몸매를 갖고 있는 50대 원장님은, 뷰티학과 교수라는 멋진 미래까지 설계해 주셨다. 그 말에 홀린 듯, 나는 곧바로 퇴사를 결정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학원에 등록했다. 피부미용, 마사지부터 리더십 과정까지 1년 코스를 결제했고 화장품학과에도 편입해 교수의 꿈을 구체화했다. 처음 배워보는 피부 구조나 근육, 화장품 성분에 대한 지식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습이 시작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온몸에서 거부감이 올라왔다. 나는 마사지를 받는 건 좋아하지만, 해주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칼을 뽑았으니 후회 없을 때까지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1년의 학원 생활을 마치고 현장 경험을 위해 쥬비스라는 다이어트 센터에 취직했다. 그곳에서는 기계 관리를 받는 고객에게 다이어트 원리를 설명하고 식단에 대해 교육했다. 하지만 고객의 몸을 직접 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퇴근길엔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여기서 뭐 하고 있냐?” 그 생각은 나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8개월을 버틴 끝에 “이젠 미련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퇴사했다.
미련 없이 퇴사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때의 내 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엇이 힘들었는지, 어떤 지점에서 지쳤는지조차 정확히 남기지 않았기에, 그 시절의 기억은 결국 하나의 감정으로만 퉁쳐졌다. “마사지는 나랑 안 맞아." 하지만 이 한 문장으로 1년 8개월 동안의 혼란과 소진을 설명하긴 너무 부족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 마음의 흐름을 제대로 복기했더라면, 단순히 ‘싫었다’가 아니라, ‘왜 나에게 맞지 않았는지’, ‘어떤 점이 내 삶의 방향과 어긋났는지’를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음 선택은 훨씬 나답게, 더 흔들림 없이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실패를 무작정 흘려보내던 나는 2019년, SNS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실패를 복기하게 되었다. 예전의 실패들을 떠올려 글로 적고, 콘텐츠로 만들어가며 깨달았다. '기록을 하니 복기가 되고 복기를 하면서 방향이 정리가 되는구나.'
그 후로 나는, 실패 후 이틀이 지나기 전,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자격증에 불합격하는 등 결과를 알게 된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복기를 한다.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복기하면, 다음엔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나는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 3가지를 지킨다.
1. 기억과 감정이 선명할 때, 바로 정리한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복기할 때 “왜 실패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반복해서 느낀 건, 실패는 결과에서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패는 종종,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 마음은 이미 무기력, 거부감,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복기를 할 땐 실패의 원인을 찾기에 앞서 언제부터 내 마음이 힘들었는지 떠올린다. 기억과 감정이 희미해지기 전 나는 그날의 감정, 망설임, 혼잣말을 한 마디라도 적어둔다.
2. 감정이 지나간 후, ‘나답지 않았던 순간’을 복기한다
‘복기’는 원래 바둑에서 쓰는 말이다. 한 수씩 다시 돌려보며 승패의 원인과 흐름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정리되었다면,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 안의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이 선택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정말 내 의지였을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나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지?”
-그 일을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걸 못 지켰던 순간은 언제였나?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3. 복기는 다음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복기는 단순히 “뭘 잘못했나?”를 따지는 게 아니다. 나는 실패한 상황을 다음 시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예전에 병원 면접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복기하며 질문을 다시 정리해서 예상 질문 리스트에 넣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 읽고, 내 경험과 연결해서 정리했다. 다음 면접에서 같은 유형의 질문이 나왔을 때는 웃으며 답할 수 있었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냥 지나치면 아픈 기억으로 남지만, 복기하는 사람은 실패를 다음 실행의 연료로 바꿀 수 있다. 잊기 전에 기록하자. 그 당시 느꼈던 감정, 머뭇거렸던 선택, 멈췄던 순간을 메모장에라도 적어보자. 단 몇 줄이라도 괜찮다.
“이건 나랑 안 맞았다.”
“이 부분에서 내가 멈췄다.”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겠다.”
구체적인 문장 하나씩 쌓여갈수록, 같은 실패는 반복되지 않는다. 당신의 다음 시도는, 지금 쓰는 이 한 줄의 복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