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실패에서, 나를 살린 질문

by 희원다움

죽어라 노력했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내 편이 아닌 걸까 싶었던 날이 있다. 성실하게 준비했고, 매번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기다리는 건 또 ‘불합격’이라는 결과였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스스로가 의심스러워졌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한텐 안 되는 길인가?’

‘그냥 포기해야 할까?’


그렇게 혼잣말은 조금씩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시도조차 무서워졌다.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바꿔야 할 건 결과가 아니라, 그때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혼잣말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무너질지, 다시 일어날지는 결국, 실패 후 내가 어떤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혼잣말은 결국, 삶을 바꾸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31살에 간호학과에 편입했다. 서울대 병원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모르는 건 교수님께 곧바로 질문했다. 전 과목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고, 주말마다 서울까지 올라가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공부든 경험이든, 부족함 없이 쌓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서울대, 아산, 세브란스 등 내가 지원했던 병원들에서 줄줄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성적도, 스펙도, 면접 준비도 최선을 다했는데 탈락이라니! 처음엔 나이 탓인가 싶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조건을 원망했고, 사회의 관행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무리 애써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점점 지쳐가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그렇게 사회를 원망한다고 달라질 게 있어?' 결국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에게 건네는 혼잣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 “왜 안 됐을까?”

이번엔 뭐가 부족했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 볼 수 있을까?”


# “내가 뭘 잘못한 걸까?”

● 이 실패에서도 내가 소중하게 붙잡고 싶은 건 무엇인가?


# “한국은 역시 아닌가?.”

꼭 대학병이 아니라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질문을 바꾸는 순간, 시야가 넓어졌고 기준이 달라졌다. ‘꼭 빅 5 병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여기까지 왔지, 어느 병원에 합격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한 게 아니잖아. 바꾼 질문 덕분에 내가 간호사가 되려 했던 진짜 이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10년 전, 중환자실에 입원하신 아버지는 입원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돌아가셨다. 지병도 없으셨고,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신 건데,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돼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했다.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남은 가족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깊이 자리 잡았다.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건 좋은 병원에 취직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기도 했다. 내 가족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걸 깨닫고부터 ‘무조건 빅 5 병원, 대학병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다. 결국 나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 합격했고, 기꺼이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실패가 반복되면, 자꾸만 '왜 나는 안 될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탓하게 되고, 의욕도 자신감도 점점 줄어든다. 그럴 때 나를 다시 일으켜준 결과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질문이었다.


‘왜 안 됐을까?’ 대신 ‘다음엔 뭘 다르게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실패를 피드백 삼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줬다. 질문이 달라지자, 삶을 바라보는 방향도 바뀌었다. 방향이 바뀌자, 실패는 더 이상 두려운 벽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금 당신이 붙잡고 있는 기준은 당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일까?

-최근 실패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다르게 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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