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승진 면접에서 떨어졌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경력순으로 승진을 시키지 않는다. 승진자리도 채용 공고가 나고 면접을 봐서 합격을 한 사람에게 기회가 간다. 24년 7월, 채용 공고가 나자마자 나는 면접 준비를 시작했고 거의 한 달간 매일, 연습을 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기대도 컸고, 꼭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역시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그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과 좌절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는 온전히 좌절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때 나는 슬프고, 억울하고, 실망스러운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하루를 내 감정에게 충실했다. 울컥하기도 하고,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계속 되뇌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노트북을 열어 내 마음에서 들리는 감정과 머릿속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날의 기록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내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무엇이 실망스러웠는지,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올라왔는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다음에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지...' 글로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감정이 정리되자, 사고도 정리되었다. 그러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실패의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나만의 ‘실패 복구 루틴’이다. 좌절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고 기록하는 것, 그것 만으로도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히는데 충분했다.
[실패 후 나의 루틴]
1. 좌절은 충분히 허용한다.
하루쯤은 마음껏 슬퍼해도 괜찮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는다.
2. 기록한다.
그날의 감정, 상황, 내 마음을 정리한다. 뭐가 부족했는지, 뭘 보완하고 싶은지를 쓰다 보면
스스로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3. 회복 루틴을 만든다
나를 회복시키기 위한 돌봄 루틴이다.
● 좋아하는 음악 + 바람맞으며 드라이브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실패의 감정을 해소하려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고 흘려보내기 위함이다.
●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나에게 식사 대접하기
가격은 따지지 않는다. 소소하지만 행복 에너지를 충전시키는데 강력한 작용을 한다.
4. 인터뷰 내용 다시 정리하기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기록한 후 나는 다시 ‘승진 관련 인터뷰 사례들’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은 실패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이 경험이 단순히 실패로만 남을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내가 어떤 말투로 대답했는지, 무엇을 강조했고, 어떤 흐름에서 흔들렸는지, 면접관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하나하나 복기하며 쓰다 보면 ‘왜 떨어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준비할 수 있을까’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내가 여기까지 준비했구나, 생각보다 잘했네.' '이 부분만 조금 정리하면 다음엔 더 괜찮겠다.'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실패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음을 준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준비를 하며 나는 다시 도전할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다시 준비하고 도전한 끝에 나는 승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패는 멈춤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었다.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속도에 맞춰 다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렇게 실패의 끝을 희망과 준비로 마무리하는 경험이 쌓이자, 나에게 실패는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게 되었다. 실패를 기록해보자, 기록된 실패는 나의 약점이 아니라 진솔함을 가득담은 성장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최근에 마주한 실패는 어떤 일이었나?
-그 실패 앞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나?
-흐름의 회복을 위해, 당신만의 복구 루틴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