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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서 시작된 커리어, 점들은 하나의 선이 되었다.

connecting the dots

by 희원다움

12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 나는 일을 하다 말고 아버지가 계신 순천으로 급히 내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보호자를 찾았다. 큰딸인 내가 보호자라고 하자, 간호사가 물었다.


“CPR 할 거예요?”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압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제대로 모를 만큼 나는 무지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버지 손가락에 연결된 산소포화도 수치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떠났다.

그날 이후, 인생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동시에, 나는 가족을 지켜낼 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대로 또 누군가를 잃을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그 마음이, 나를 간호사라는 길로 이끌었다.


간호학과에 편입해 다시 공부했고 졸업 후 간호사가 되기까지 3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취업 후에는 낯선 환경과 팀 문화, 새로운 동료들 사이에서 내 역할과 기준을 세우기 위해 버티며 적응해야 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살아내는 데’ 집중한 시기였다.


미군부대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야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제야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어떤 과정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기록을 남겼다. 내가 해온 선택과 그때의 고민들, 그리고 달라지고 있던 나의 모습을 붙잡아두기 위해서였다.

그 기록들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닿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묻고 있었다.


“진로가 고민돼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지금 이 선택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다 보니 내가 어떤 일에 힘이 나는 사람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맥락을 잡아내고, 그 사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함께 찾아주는 일에서 에너지가 나는 사람이었다.


여전히 내 본업은 간호사다. 하지만 간호사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그 후의 경험들, 그리고 사람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 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진로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간호사로서 환자들이 건강하도록, 진로코치로서 사람들이 삶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커리어의 건강을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전혀 다른 선택처럼 보였던 경험들이 결국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은 나의 결을 따라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당신의 길도 그렇지 않을까. 겉으로는 흩어져 보이더라도 이미 지나온 경험 속에는 당신의 결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Connecting the dots'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은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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