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다움 Aug 05. 2022

간호학과 늦깎이 편입생의 취업고민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야 한다.

35세에 간호대학에 편입하신 선생님께서 취업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하다는 댓글을 주셨어요. 댓글을 읽으니 문득 간호대 4학년 여름방학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큰 꿈을 가지고 31살에 편입해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어요. 빡빡한 수업일정을 마치면 바로 지하에 있는 간호학과 독서실로 내려가, 복습이 끝날 때까지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전 직장에서 사용했던 영어회화도 잊지 않으려 배운 내용을 영문으로 찾아 복습하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렸어요. 다행히 시간을 들인 만큼 성적이 잘 나왔고 원하는 곳에 무리 없이 취업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4학년 여름방학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 같은 길을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적, 토익, 면접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불합격 소식만 줄줄이 들렸거든요.


첫 불합격 소식에 크게 실망했지만 희망을 놓치는 않았습니다. '설마 다음엔 붙겠지? 복수 합격하면 어디 가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했고요.


여긴 '내 실력에 못 미치지만 혹시 모르니 써보자' 했던 병원까지 모조리 탈락을 하자 털썩 주저앉아 목놓아 울어버렸습니다. 내가 합격한 친구들보다 성적도 토익 점수도 좋은데 대체 왜 떨어지는 거야?


이러려고 이 나이에 죽기 살기로 공부했나?
취업은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대학병원에만 원서를 냈고 떨어진 이유는 '단지 나이가 많아서다. 한국은 아직도 나이 때문에 떨어뜨린다'라며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우리나라를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어요. 이꼴저꼴 안 보려면 내가 떠날 것이라고.


다행히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2차 시립병원에 합격해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규 간호사로 3개월간 생활해보니 제가 떨어진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어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공경하라고 배운 우리 문화에서, 한참 어린 선배에게 소위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을 받는 것을 저는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선배도 자기보다 7살이 많은 후배를 책임지고 훈련시키는 게 여간 싫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고요.


병원은 많은 인력이 모여있는 곳이고 특히 환자를 케어하는 의료진은 부서에 따라 각을 다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대학병원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준종합병원에 비해 중증환자가 많고 업무 강도가 높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서열까지 꼬인 상황에서, 그에 맞는 훈련을 시켜야 하는 이도 받는 이도 불편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늦깎이 나이에 간호사가 되려고 편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20세 청년들과는 다른 생각, 목표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다 버리고 남은 인생을 간호사로 살아갈 것이라는 결심을 하셨을 때는 다시 치열하게 경쟁하고 부딪히기보다, 숨을 고르고 길게 커리어를 이어나갈 계획으로 간호학과를 선택하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출발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페이스에 맞는 곳을 선택 어떻게 하면 지난 커리어나 사회 경험을 접목시켜 새로운 나만의 영역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저도 입무의 일부분이었던 영어회화와 간호사 일을 연결시켜 지금 있는 곳에서 저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늦깎이 편입생 여러분! 주눅 들지 마세요. 여러분의 지난 경험으로 여러분의 길을 가실 수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점은 포기하고 되살릴 수 있는 여러분의 능력을 꼭 발굴해내시길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심히 하는데 왜 불안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