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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Feb 28. 2023

간호사도 당신의 엄마이자 아내, 딸입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가족이에요. 화내지 말아 주세요!

아침부터 화를 내며 컴플레인을 하는 환자들의 전화를 수통 받았다. '오늘도 온몸으로 욕을 받겠구나. 나 오늘 생일인데.. 화 좀 들내주지..'


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다짜고짜 화내는 환자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뭐, 그 사람들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알겠냐며(,,•﹏•,,)'


간호사는 환자와 의사의 중간역할을 할 때가 많이 있다. 의사를 보고 돌아갔지만 집에 가서 문득 궁금해진 일이 있거나 의사가 약을 넣겠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을 때 환자를 응대하는 것은 당사자인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이다.


모두의 연결고리인 간호사는 환자의 컴플레인을 의사에게 전달하고 의사가 결정 해결책을 환자에게 다시 알려준다. 이들 중간에 있기 때문에 환자의 화를 직접 마주하는 것은 간호사다. 의사에게는 그저 '그 환자가 화가 났더라'라는 팩트만 전달할 뿐이다.


간호사를 비롯해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콜센터 직원들의 80%가 폭언, 성희롱적인 발언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감정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은행이나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 사전 멘트가 나오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소중한 우리 가족이
고객님과 상담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간호사의 10명 중 7명이 2022년 최근 1년간 폭언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처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더라. 나는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밥 먹을 때, 잠자기 전, 불쑥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감정노동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이자 아내, 딸이다. 부디 내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인지하고 '수고한다'는 한마디만이라도 건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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