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다움 Apr 26. 2023

12살 조카에게 배운 자존감

친구들이 짜라 빠빠를 춘다면 나는 단독무대에 오를 것이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나는 지나친 인정욕구로 인해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가치를 타인의 인정에 의해 평가하기 때문에 자존감은 낮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상처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나는 만족과 행복, 감동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은 8살짜리 조카가 스노볼을 선물 받고 '행복해'라며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 혼잣말을 했다. '넌 쪼그만 게 행복이 뭔지 아냐?'.... 그래도 넌 좋겠다'



토끼 같은 자식을 셋이나 낳은 동생덕에 본의 아니게 이모가 되었다. 12살,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조카는 자기중심적인 것은 나를 닮은 반면 나와 반대로 '높은 자존감'을 가진 친구이다.


이 친구를 보면 딱 알파세대의 표본이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다이소에서 쇼핑을 하고 인생 네 컷을 찍으며 마라탕을 먹고 귀가한다. 몸에는 흥이 가득하고 시간만 나면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로 춤연습을 한다. 동생이 자기 뱃속에서 나왔지만 '어디서 저런 애가 나왔지?' 할 정도로 성격이 나와 닮은 듯 다른 친구다. 우리 집안에서 보기 힘든 자존감 높은 아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릴 적부터 '살' 때문에 고민했던 동생이 아이들 체중관리에 힘을 썼지만 우리 조카들은 먹성과 풍채가 좋다. 특히 큰 조카는 자기 엄마가 아무리 살찐다고 핀잔을 주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고 튀지 말라고 하지만 늘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이번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짜라 빠빠를 추자고 했을 때 혼자 아이브의 러브다이브로 단독무대를 선보인 멋짐이 있는 친구이다.


그녀는 항상 당당하다. 엄마가 남의 시선을 의식해 말리는 일도, 본인이 하고 싶으면 개의치 않는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일은 당당히 거절할 줄 안다. 그러니 친구들이 집단 짜라 빠빠를 할 때 그녀 스타일의 단독무대를 펼쳤고 장기자랑 시간은 뜨겁게 달아랐다

조카와 그리 애달픈 사이는 아니지만 숱한 핀잔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추며 환하게 웃는 조카가 보고 싶다. 그녀의 웃음처럼 내 감정도 점점 회복되기를...늘 당당해지기를!


작가의 이전글 완고함이 되버린 '나 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