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의욕이 없어지고 뭘 해도 재미나 만족이 없어지는 '노잼'시기가 온다. 어느 리서치에 의하면 성인 남녀의 90% 이상이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하고 풍요로운 시기에 대체 노잼 시기를 왜 겪는 것일까?
정신의학적으로 노잼은 '지루함'이라고 본다. 혹자는 인생 권태기라고도 했다. 지루하거나 권태기를 느끼는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 상태를 의미한다. 내가 가장 심각하게 느꼈던 노잼시기는 위의 댓글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회사에 취업 후 그 일에 적응되고 아주 평온하던 때였다.
돌아보면 나는 승무원이 되고 비행 1년, 3년 차, 간호사가 되고 1년, 3년 차에 노잼시기를 겪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시 업을 바꾸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는 한 나의 미래가 정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대로 쭉 평타는 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지점.이때 나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만사가 귀찮고,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또 언젠가 마주치게 될 이 지점, 노잼 시기를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인생 노잼 시기는 나만 겪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자.게다가 이 시기는 일회성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방황하는 20대, 인생이 어느 정도 정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30대, 너무 열심히 살아 지쳐버린 40대에도, 우리는 인생 전반에 걸쳐 노잼시기를 겪을 수 있다.
두 번째, 이게 나에게는 찰떡같은 방법이었는데 '취미'를 만드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걸 깨닫는데 나는 20년이 걸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주로 전직 후 1년, 3년 차 일이 손에 익었을 때. 무기력하고 허무함을 느꼈다. 이런 감정을 마주하면 열심히 살지 않고 있는 자신이 못마땅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새로운 자극으로 선택했던 것이 또 다른 업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현재 있는 병원에 취업 후 39살이 되던 3년 차에 또 지독한 노잼이 찾아왔다. 너무 뻔한 업무, 보장된 정년, 뭐 하나 동기부여되는 것이 없었다.
또 직업을 바꿀 수는 없잖아!
시시때때로 오는 이 시기마다 직업을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가만있지도 못한 성격이라, 덜컥 대학원에 등록해 버렸다.
사람마다 노잼이 찾아오는 주기가 다르지만, 나는 비교적 자주 오는 편이다. 그런데 이때마다 전직, 대학원 등 이런 새로운 자극을 평생 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평생에 걸쳐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며,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이게 있다면?마흔에 찾은 취미생활 후 아직까지는 노잼시기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취미도 어느 날 불쑥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이 스토리는 따로 풀정도이다) 나는 20살부터 취미를 찾겠다고 방송댄스, 자전거, 사진, 만화 그리기 등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3년 전, 유튜브를 시작하고 느꼈다. 그 시기가 와도 '괜찮겠다'라는 걸.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 이 감정들이 반복되는 삶에서 취미는 이 감정들의 밸런스를 유지시켜 어느 한 감정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준다.노잼시기, 뭘 해도 인생이 재미없다면 몰입할 수 있는취미를 꼭 찾아보길 바란다.
세 번째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말이냐면, 그 시간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흘러갈 수 있도록 현재를 살아내자는 것이다. 노잼 시기는 어떻게 보면 현재 큰 성취도 없지만 반대로 큰 역경 없이 인생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매 순간 재미있을 수 없다. 재미를 느끼는 감정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재밌는 시기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재미없는 시기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목표를 만들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이 시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버티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오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과거의 나처럼 너무 불안해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우리는 인생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해 나아갈 때도 있지만, 그만큼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못하는 때를 만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이 크게 왔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강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