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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들었던 생각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구출된 이후...

by 희원다움

오래는 아니지만, 살다 보니 처음 겪는 일들이 속속 생기네요. 방금 병원 엘리베이터에 30분 갇혔다 구출됐습니다. 설상가상이라더니 평소에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스마트폰도 하필 안 가져 간 건 왜일까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응급전화 버튼을 눌러 제 위치를 알렸지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방도가 없는 저는 조금만 기다리라는 상대방의 말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졌습니다. '조금만'이 얼마나 기다리라는 말일까요? 전화를 끊고 나를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다리는 그 공간, 그 안의 공기가 소름 끼치게 차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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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금만'이라던 시간이 저에겐 이미 몇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고 바깥에서 "누가 있냐"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안도했지만, 사람의 인기척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뭐지? 왜 왔다 그냥 가버리지?'

정적을 참을 수 없어 다시 콜버튼을 누르자 이제야 소방차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여태 뭘 한 거지? 진작 보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제가 정확히 30분 만에 엘리베이터에서 나왔으니

30분은 멍 때리고 있어도 금방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그 30분은 1800초이고 저에겐 1800시간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설마 2층인데 죽겠어?' 했지만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니 제 운명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아... 몸에 진짜 힘 좀 빼고 살아야겠다'였습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고 발버둥을 치면서 온몸 구석구석 힘을 주는데, 흘러가는 데로 날아갈 수 있게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죽음이 다가오면 어저께 하려던 것이 아니라 좀 전에 할까 말까 했던 일을 안한걸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늘 미래를 준비하려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사는

제 자신을 위해 생긴 사건이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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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들이 앉아서 쉬라고 하는데 저는 이 심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남겨놓지 않으면 또 까먹고 힘주고 살아갈 것 같아서요. 글을 쓰다 보니 맘이 가라앉네요.


이 다짐은 얼마나 갈까요? 까먹을 때마다 쓴 글을 꺼내 읽어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후회 없는 지금을 살아가세요!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0206115527_2_crop.jpeg 저 너무 무서웠는데 앞으론 이렇게 웃을 수 있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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