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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ug 17. 2023

그냥. 명품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답게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명품 가방보다 에코백을 선호한다. 푸근한 베이지 바탕에 따뜻한 그림이 그려진 천의 느낌이 좋으니까. 13년 전, 두바이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레가모 가방을 샀다. 어딜 가나 에코백만 들고 다녔더니 주변 사람들이 명품가방 하나는 있어야지 천 쪼가리를 들고 다니면 무시당한다고 하는 말에 혹해서.


이왕 큰맘 먹었으니 숄더백, 핸드백 사이즈별로 2개를 샀다. 막상 가방을 들려고 보니 옷이 매칭이 안되고, 갖고 있는 신발도 어색해 면접 보러 갈 때 두어 번 들고 옷장 깊이 처박아두었다.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관리도 안 하고 방치했더니 몇 번 쓰지도 않았는데 꼬질꼬질해졌다. 결국 몇백만 원짜리 명품백은 재활용 쓰레기통 버려진 비싼 쓰레기가 다. 그냥, 명품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첫 직장을 나와 이직을 준비하기 전까지 내 삶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학생 해야 할 일이라고 배웠고, 배운 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당연하게 따라가다 보니 몸에 이상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강요된 회식에 참석할 때 몸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첫 번째 직장에서는 매주 회식이 있었다. 공대생들이 모인 집단이라 여직원들은 한 명만 빠져도 눈에 띄었고 회식 중에는 자리 못 비우는 분위기였다. 술도 못 마시고 집도 먼데 끝날 때까지 가지도 못하게 하니, 회식 때문에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몸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회식 당일, 멀쩡하던 눈꺼풀 부어올라 눈 뜰 수 없었는데 회식이 끝나자 말짱해졌다.


또 한 번은 회식 다음 날 눈을 뜨니 커튼 쳐진 것처럼 시야가 가려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려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 안과에 갔고 '망막박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실명할 위기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남들이 '좋은 회사 들어가셨네요.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이 한마디 잠깐 듣겠다고, 내 것이 아닌 인생을 살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나답게 산다'는 말은 자신의 기질, 취향 등을 파악해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점심시간에 음식을 권하는 동료에게 말한다. '저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어서 괜찮아요.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결혼 안 하냐?'는 친척들한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직 결혼보다 공부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혼자 복작거리면서 전화도 잘 안 하는 딸이 못마땅할 때면 '한 번뿐인 인생, 뭔 지랄 났다고 그렇게 빡빡하게 사냐?'라는 엄마의 핀잔을 듣는다. 이럴 때 나는 '연락 안 해서 서운했어? 대신 유튜브에서 얼굴 보여주잖아'...이러고 만다:) 


그냥...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이렇게 생겨먹은 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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