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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Sep 04. 2023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실력으로 증명하라

누구나 차별을 당하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좌절하는 대신 묵묵히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中


늦은 나이에 간호대학교에 편입을 했다. 이미 두 번 이상의 전직을 한 상태여서 앞으로 나는 어떤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간호학과에서 10살이 어린 친구들이랑 공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부하는 것은 내가 잠을 줄여서라도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괜찮은 편이었다.


문제는 병원 생활이다. 졸업 후 처음 입사한 곳은 서울 보라매 병원이었다. 그렇게 목표하던 서울대학교 병원은 못 갔으나 서울대 라인이라는 보라매 병원에 합격한 게 어디냐며 뼈를 묻을 각오로 들어갔다.


비행기에서도 일을 했으니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어 봤다. 병원이 아무리 힘들다고, 뭐 다르랴? 하고 들어갔지만 철저하게 나의 착각이었다. 무시무시한 '태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매일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면 아무리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라도 자존감은 지하 10층에 떨어져 버린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다른 신규 간호사들보다 더 유연한 자세로 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차별도 그런 차별을 당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간호사로 일 할 자격이 없다고, 적성을 다시 고려해 보라는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이제 입사한 나를 며칠이나 지켜봤다고 '적성이 맞네, 안 맞네', '관두라 마라'를 이야기하지?


나이가 많으니까 괜히 불편해서 이러나?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먹을 것도 사가고 첫 월급을 받고 선물도 해봤지만 그녀의 갑질은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나이를 너무 인식해 피해의식을 가졌을 수도 있겠지만, 말하기 힘든 수치스러운 모욕을 여러번 했기에 더 이상은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수간호사를 만나고 간호 과장, 간호 부장을 만나 간곡하게 로테이션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에 따라 신규 간호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부서를 이동시켜 주는 병원도 있다. 하지만 보라매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당신들이 간호사로서 나를 한계 짓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지. 나는 모자란 게 아니라 이곳과 맞지 않는 것일 뿐이다. 간호사로서 부정당한 곳에서 나와 지금 있는 병원에 오기까지,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간호사로 실력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당신과 결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어떻게든 나를 그 세계로 욱여넣으려 했으면 나 다운 삶을 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녀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 살아남았다면 제2의 그녀가 되었을지도, 아니면 생기 없는 눈깔을 한채 간호사를 포기해 버렸을지도.



직장에 다니다 보면 상대하기도 버거운, 나와 결이 다른 사람들을 왕왕 만난다. 인간관계, 편견에 무너지지 않는 방법은 실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실력을 갈고닦아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아무리 남들이 나를 깎아내려도 해보기 전에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말자. 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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