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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May 19. 2019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 간호사를 말하다

                                                                                                                   


단숨에 읽었지만 글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책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 읽고 덮을 때까지 숨도 크게 쉬지 못할 만큼 복잡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왜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자신보다 환자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던 숭고한 정신의 저자를 보면서 그녀와 같은 부서에 첫 발령을 받았던 제가 끝까지 버텨주지 못했음에 대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1년 2개월의 외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생활을 마치며 후회 없는 간호사 생활을 해낸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짧았던 저의 4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어요.


태움 받았다고만 생각했던 보라매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짧았던 3개월, 각자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었던 정신과 병동의 1년이 한국 병원에 대한 기억 전부로 남아있습니다.


간호사로 일한 지 햇수로 이제 5년. 언젠가 은퇴하는 날 그녀처럼 후회 없는 마지막을 만들기 위해 이 순간에도 제가 간호사, 사람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4분이면 죽는 거야. 뇌는. 그러면 살아난다 해도 평생 누워서만 지내야 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우선은 무조건 달라붙어. 너와 네 환자 사이가 가까울수록 네 환자는 살아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니까.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p36                           

                                           

저자가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로 교육받을 때,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환자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 선배 간호사가 했던 말입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 긴박한 순간에 간호사가 당황해 머뭇거리면 환자를 잃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이 단 4분, 생각하기 전에 이미 몸은 환자 가슴팍에 올라 힘껏 심장을 눌러줘야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심폐소생술에 저는 환자에게 달려가지 못했습니다. 티브이에서만 봤던 그 일이 현실이 되자 당황한 나머지 두 발이 얼어붙어버렸습니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그 일이 익숙해지기 전에 중환자실 간호사를 그만두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은 잊히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돈이 되지 못하면 간호사가 환자에게 행하는 그 어떤 일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돈이 되지 않는' 간호사들은 점점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면서 근무시간을 넘기는 것 정도는 당연히 여기게 됐고 근무가 끝나면 청소 용역비용을 메울 미화원이 되어야 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p57         

                                   

인간의 목숨을 다루지만 병원도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의사의 모든 행위는 병원에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이지만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일은 돈이 되지 않아 간호사들의 처우는 저자가 근무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홀대받는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하는 일은 다양해요. 회식 때는 기쁨조를 해야 하고 밤샘 근무가 끝난 후 교육이 있으면 꾸벅꾸벅 졸면서 교육을 듣고 퇴근해야 합니다.


한때 민망한 옷을 입고 장기자랑을 하는 간호사들의 사진과 영상이 뉴스에 보도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 일 때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았던 저에게는 권하지도 않았지만 제 나이에 입사한 동기 간호사들은 듀티가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춤 연습을 하고, 오프 때는 댄스 학원에 가서 연습까지 해야 했습니다.


간호사는 병원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짠 하고 나타나는 만능 슈퍼 우먼이 되어야 했습니다.      

                                       


가겠습니다. 지금껏 그래 왔듯 서 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p157

                             

저자는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생전 듣고 보도 못한 메르스라는 질병으로 사망한 첫 환자를 돌본 간호사였고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저자라고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 리 없었지만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끝까지 병원을 지켰습니다.


메르스로 사태로 한창 시끄러울 때 저는 안양의 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평택에서 첫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안양과 평택이 멀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환자들 중 열이 난다는 인계를 들어도 혹시 메르스가 아닌가 의심했고 나는 그 환자와 얼마나 접촉했었나 만 생각 했는데 직접 부딪친 저자의 이야기에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앞으로 간호사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또 한 번 생각해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로 후회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최후의 보호막'으로서 심장이 멎으면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들었고 혹시 내 환자들에게 잘못된 처방이 내려지지나 않을지 염려되어 끊임없이 책을 찾아 공부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p283                                           


언론에 비친 간호사들, 특히 드라마에 간간히 등장하는 간호사의 모습은 생각 없이 의사의 오더대로 움직이며 주사만 놔주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제가 간호학과에서 배운 것은 근거기반 간호로 의사의 잘못된 처방은 걸러낼 수 있는 지식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많은 간호사들이 3교대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근무 후 대학원을 다니며 학업을 병행하는 이유입니다. 내 환자를 지키기 위해.                                              





유독 이 책을 읽고 글을 써 내려가기 힘들었던 건 제가 아직 간호사라고 자부할 만큼 환자들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먹고살기 위해 간호사를 선택했고, 내가 힘들면 그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떠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짧았던 한국병원에서의 간호사 생활을 통해 느낀 건 앞으로 20년이 흘러도 지금과 변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습니다.


지금도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저자에게 숙연함과 존경심이 우러러 나왔습니다.


중환자실처럼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돌보지는 않지만 저와 매일 만나는 환자들을 위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간호를 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들은 제게 삶의 목표를 주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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