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May 20. 2019

미니멀 라이프 반항하기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이사를 했다고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가진 않는다. 정리하는 아저씨들은 마구 어딘가에 두고 가셨다. 속옷을 찾지 못해서 새로 샀다. 엄마는 정리하라고 계속 잔소리하신다. 스트레스 해소엔 책 쇼핑이지! 하면서 교보문고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을 보았다.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나의 마음을 당당하게 대변하는 이 책 제목에 홀리듯 클릭했다. 상세 페이지에 책 소개 영상이 있었다. 진짜 영상 잘 만들었다.


https://youtu.be/xDtGv763PiE

책의 내용이 다 요약되어 있으면서 내용이 핵 사이다로 시원하다. 이 영상을 보면 그동안 미니멀 라이프, 정리해야지라고 스트레스받았던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꿀잠을 잘 거라 확신한다.


책 내용은 우수하다고 보긴 어렵다. 책 유머 코드는 나랑 잘 맞는데,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은 책이다. 이런 좋은 제목을 이런데 쓰다니... 좀 아깝다. 이 저자도 곤도 마리에처럼 뻔한 내용도 납득이 가게 노련하게 풀었으면 좋았을 텐데 약간 마니아만 좋아하게 썼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니. 제목이 다했나 보다. 그래도 이 책에는 기억할 필요가 있는 금쪽같은 말들이 많이 있다. 책 속의 문장을 모아서 내 스타일로 의견 추가해서 요약해본다.




어지럽히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 물려받고, 모으기를 좋아하며 또한 늘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건이 많은 사람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잘 수용하고, 더 창의적이며 훨씬 더 똑똑하다고 한다. 학술지 <심리 과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무질서한 환경은 관습과 규범을 타파하도록 유도한다. 실험에 따르면 지저분한 방에 있던 사람들은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 있던 사람들보다 창의적인 답을 약 5배 더 많이 내놓았다고 한다.


더럽게 사는 법에 대한 책이 한 권도 없는 이유는 말 그대로 전혀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방면에는 전문가이다. 애들을 보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지르는 것을 좋아했다.



남과 같게 살려고 하지 마


깔끔한 집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곤도 마리에 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스스로를 정리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수치심과 굴욕감만 느끼게 된다. 정리 정돈에 얽매이지 마라. 더럽게 사는 대가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이익을 생각해보라. 정리하는 시간에 책을 읽고, 가족들과 놀고, 잠을 자고 운동을 하라.


진짜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연쇄살인범, 무솔리니, 1970년대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 등이다. 버리기 중독에서 벗어날 때이다. 버리기 중독자들은 추종자들에게 가진 물건 죄다 가져다 버리라고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자극하는  물건이나 설레게 하는 물건만 남겨놓으라고 요구한다.


곤도 마리에는 물건과 대화를 나누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누가 매일 가방을 비운 뒤에 잘 접어서 선반에 올려두고 가방에게 하루 동안 나에게 해준 수고에 감사할 여유 따위가 있는 걸까? 감사는 좋다. 하지만 저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집은 깨끗할 거다.


자기 계발서는 헛소리다. 책은 결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책은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마법 같은 해결책이나 묘약을 찾겠지만 그런 건 없다.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마법을 약속하는 정리 정돈 유행 법이나 책을 조심해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짜 마법은 당신이 누군가와 사랑할 때 느끼는 황홀감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모두 정말 행복해하고 있다. 망할 정리 정돈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너저분한 책상이
너저분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면,
텅 빈 책상은
대체 무엇을 보여준다는 말인가?
알버트 아인슈타인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남들이 한다고 못하는 걸 하려고 하면서 좌절하고 스트레스받는다. 왜 정리하려고 할까 생각해보자. 그냥 생각만 했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일거다. 집을 정리한다고 해서 남편과의 관계가 개선되거나 몸무게가 엄청나게 빠지는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정돈된 상태를 한동안 잘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삶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 자유로워져라.


수납 비즈니스의 음모일 수도 있다.



당신이 깔끔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정리 정돈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다. 정리 정돈과 수납은  큰 비즈니스이다. 정리용 상자, 바구니, 냉장고 수납함 산다고 정리가 완벽하게 되진 않는다. 어지르기는 억제되지 않는다. 어지르는 데는 자유가 필요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라. 수납용품을 살 돈을 아껴서 차라리 여행을 가라.


정리 정돈 마니아들은 무엇이든지 사용하고 나면 치워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그렇게 산다면 나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될 것이다.



자유로워져라


계속해서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으려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가진 물건을 모두 내다 버리는 것이 제대로 사는 방법도, 실행 가능한 방법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가진 물건의 90퍼센트를 버려도 절대 집이 깨끗해지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아무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며 "젠장 정말 지저분하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에 감사하자.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이 되어줄 새로 산 운동화 한 켤레에도 감사하자.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기를 좋아하고, 물건을 더 많이 사는 일도 좋아한다.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당신은 사악한 소비 지상주의자가 아니다. 10달러밖에 하지 않는 빈티지 스웨터를 발견하면 기뻐하며 갖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으니까. 그냥 작은 것에 기뻐하자.


집을 떠나거나 물건을 버리는 것은 인싸가 되는 것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재 가진 물건과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며 지독하게 바쁜 평범한 인간으로 사는 삶을 받아들이자. 죽기 전에 과연 "신발 때문에 늘 짜증 내며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라고 떠올리게 될까? 아니며 사회가 정한 규칙을 거스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는 해방감을 기억하게 될까? 뭣이 중한지 생각해보라.


차라리 잠깐 한숨을 돌리고 인생을 이만큼 잘 살아온 자신을 격려하라. 정리에 신경 쓰든 안 쓰든, 그 문제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뿐이다.


좀 더 자유롭게 살아라.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읽으며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 책 내용을 괜히 남편에게 알려주었나 보다. 본인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남편은 한참 열심히 하던 방 정리를 그 이후 안 한다. 이사 온 이후 그 방은 거의 못 들어가는 방... 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