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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Sep 09. 2023

미쳤나 봐.. 주말에 일찍 일어나고 난리

시간이 주체가 안될 때

지독하게 올빼미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주말에 출근알람 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지고 난리. '아... 주말까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냐며, 버텨야 할 시간이 늘어나버렸네...'


주말은 유일하게 나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알람도 안 맞추고 최대한 '게을러져라' 쉼을 주는 시간이랄까? 굳이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로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들숨날숨 소리에 손목의 맥박 리듬까지 또렷해진다. '에이, 그냥 일어나 뭐라도 하자'


종 치면 침을 질질 흘리는 파블로의 개처럼 침대에서 일어나면 자동으로 버피테스트를 시작한다. '하나, 둘... 서른! 오케이, 이제 점핑잭'


일찍 인났더니 아침 운동까지 하고 샤워를 했는데 겨우 출근시간밖에 안 됐다. 주말에 시간이 남아도는 건 첨이라.. '다음 주 업로드할 영상이나 한편 찍을까?'


찍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지만 아직 스벅도 안 열었을 시간이다. '그간 해야 하는 데 못했던 것, 하고 싶은데 미뤄왔던 걸 해보자'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더라, '가을이 오니 염색이라도 해볼까?' 단골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다. 주말당일예약은 어려운 걸 알지만 이른 시간이니,  벌레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샘, 혹시 아침 첫 시간에 가도 돼요?'

'네! 주말이라 아침 예약이 없어요'

'오예, 잡았다 벌레'


염색을 끝냈는데 점심시간도 안 됐네? 주말에 일찍 나니 이렇게 시간이 남는다고? 문뜩, 평택을 벗어나고 싶었다. 평택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청주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를 했다.


'야, 청주미술관에 이건희 컬렉션이랑 피카소 도예전 한다던데 보러 갈래? 애들 데려오지 말고 둘이 보자. 우리 조카들이 귀엽지만 이모가 지금은 감당이 안되거든'

'지랄'


지랄은 암묵적 오케이라는 뜻이다. 청주 번개까지, 주말에 일찍 일어나는 게 미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거였구나,  하고 싶은거 다해!


담주 주말엔 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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