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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Sep 14. 2023

얼떨결에 경매에 당첨돼버렸다

재테크, 미리미리 시작해야 고생 안하지...

몇 년 전 수원에 있는 아파트 경매에 들어간 경험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의욕만 앞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입찰가다. 30명이 넘는 입찰자들이 있었고 나는 당연히 떨어졌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를 안 하기는 마친가 지였다. 달라진 것은 수원 아파트는 낙찰받아야 하는 간절함이 없었고 이번 물건은 실거주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평택에서는 인기가 많은 동네여서 입찰자가 꽤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부동산에 가서 급매로 나온 매물을 몇 군데 보고 왔더니 꼭 낙찰을 받고 싶었다.


사실 경매라고 하면 '시세보다 1억은 싸게 사야 되는 거 아닌가?'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많아 시세보다 3천만 원 정도 낮춰 쓰는 추세라 해서... 1천만 원을 더 써서 2천을 낮게 썼다.


'2022 타 49xxxx 발표하겠습니다. 이희원 씨, 신분증 가지고 앞으로 나오세요'


'설마, 나?'

간절했지만 설마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되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됐다 하니 어이가 없었다. 2등과 약 900만 원 차이가 났다. 3등과는 약 1천2백 차이었다.


'너무 질렀나? 좀만 더 낮춰쓸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대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드디어 아파트에 살 수 있다니. 직장 옮기는 일 말고 아파트를 낙찰받은 건 인생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일이었다.

평택에 이사 와서 부동산 사장님 말만 듣고 덜컥 원룸을 구매한 후 7년을 거주했다. 원룸은 사는 게 아니라더니, 현재 시세는 구매 가격보다 5천만 원이나 떨어져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월세 세팅을 위해 허름한 원룸을 싸게 사는 건 재테크지만 나처럼 새 원룸을 분양가격에 사는 건 무식한 거다.


정신없이 경매장을 나가는데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대출을 알아봐 주시는 이모님들이었다. 명함을 받아 문자를 돌리고 대출 조건을 비교중인데, 이율과 한도 등 조건도 달라서 꼼꼼하게 비교하고 신중 선택을 하려 한다.


아직 매각결정 기일이 좀 남았고 여전히 얼떨떨하다. 월급 명세서도 확인하지 않고 카드 내역도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제야 돈 버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대출금 상환'

요즘 한창 잘 나가는 김대호 아나운서가 심리상담을 했던 내용에 '돈돈, 이자이자'거리 더니 그의 심정이 이제는 느껴진다. 그런데 김대호 씨도 대출받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이자'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건? '이자'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김대호 아나운서 심리상담 중


미리미리 돈 공부 해둬야 나처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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