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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19. 2023

양말이, 너는 왜 I야?

극내향인 집사와 더 내향적인 고양이가 만나면?

병원에서 생기는 일을 '이희원 씨가 알게 되었다면 이미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다'라고 할 정도로 나는 동료들 개인사에 무관심한 편이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병원은 직원들 사이에 가십이 많은 곳이라 의도적으로 무리에 끼지 않기도 하고 사실 혼자 있어도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더구나 부대 병원은 간호사들이 각자 자신의 방에서 환자를 보기 때문에 환자 볼 때를 제외하면 은둔형 외톨이처럼 콕 처박혀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영상 편집을 하다 보면 나갈 시간도 없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 특히 험담은, 듣는 것도 하는 것도 기가딸린다.

이렇게 남한테 무관심 하지만, 신경 쓰이게 하는 묘한 생명체가 하나가 생겼다. 바로 나처럼 은둔형 외톨이로 함께 살고 있는 양말이다. 얘는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됐을까? 대체 하루 종일 빈집에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는 걸까?


2021년에 데려  양말이는 창원에 있는 길고양이였다. 마음씨 좋은 식당아주머니께서 배고파 식당 앞에 자주 와있던 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셨다. 그러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 누나에 의해 남자 친구가 키우게 되었다. 


가족이 없는 어린 고양이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알 수가 없으나 하루하루 생존해야 했던 어린 양말이는 경계심이 높고 낯을 심하게 가렸다. 처음에 데려와서 남자 친구랑 한 방에서 6개월을 동거하고 나서야 겨우 곁을 내줬던 차도묘였다. 사정상 3개월을 다른 곳에 맡겼다 데려오니 처음엔 남자 친구도 피하고 당연히 나 혼자서는 그녀를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내가 이 친구 생각이 계속 나는 거다.'밥은 먹었나? 안 심심할까? 집이 춥지는 않을까?' 밥을 먹건 말건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싶다가, 그래도 '물은 마셔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냥이처럼 들러붙었면 분명히 귀찮아했을 텐데, 다가가면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모습이 애교 없이 뻣뻣하고 남에게 무심하지만 외로움도 느끼는 내 모습 같아서 더 신경이 쓰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방을 하나 내어주고 방문을 닫아놨더니 밥도 먹고 물도 마신다. 혼자 있는 게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캣휠 돌리는 소리도 우렁차게 들린다. 아..지금도 들리는데 들릴 때마다 왜이리 웃음이나지?


너도 나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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