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작은 시골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여고생시절 귀밑 3cm라는 두발제한의 교칙아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요새 학교에 가보면 화장을 하고 고대기를 충전시켰다 헤어스타일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1990년대, 라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1982년 두발자유화가 발표되고 1985년에 두발 자율화 조치를 각 학교장의 재량에 맡겼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수능이 끝난 고3학생들까지 철저하게 두발 길이를 제한시켰다.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기간 만이라도 길러서 고등학생티를 벗고 싶었던 학생들과 3cm를 굳이 잡아내려는 선생님들, 매일 아침 등굣길은쫒고 숨으려는 자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은 대학 신입생 시절, 나의 로망은 핑클 이효리처럼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것이었다. 비단 이런 생각을 나만 하지는 않았을 터, 대학 신입생이었던 1999년 이대 골목은, 제2의 이효리가 되고 싶은 수많은 여대생들로 매직 스트레이트 전문 미용실이 즐비했다.
대학시절 이후 나는 긴 생머리를 고수하는 편이다. 중간중간 단발머리를 해봤지만 역시 '난 긴 머리가 어울려. 머릿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상하면 자르는 게 아니라 돈을 들여 클리닉을 하고 머리 길이를 유지했다. 어차피 자르면 다시 길어 날 머리카락이지만 머리카락을 자르면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런데 최근에는 머리카락이 엉켜 빗질만 10분이 넘게 걸리고 상한 머리카락은 솜뭉치처럼 얽혀 뜯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마다 푸석한 머리카락과 사투를 벌이니 가뜩이나 바쁜 출근시간이 촉박해지고삶의 질이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엉키는 이유는 머리를 전혀 빗지 않아서컬이 엉켜서 모발이 손상되거나 영양분이 없어서 속이 텅 빈경우 서로 엉키고 쉽게 끊어지기 때문이다.이러한 전제하에 시도해 본 건강한 머릿결 유지와 엉킴 방지법몇가지를 공유한다.
1. 빗 바꾸고 빗질하기
지금까지 내가 사용했던 빗은 머리에 뽕을 띄우거나 앞머리를 정리할 때 사용했던 꼬리빗과 그냥 빗에 비해서 이가 굵고 이 사이의 간격이 넓은 도끼 빗이었다. 물론 도끼빗도 일반 빗에 비해 자극이 적어 손상된 모발이나 두피가 약한 사람이 사용하면 좋지만 예전의 내 머리카락처럼 심각한 엉킴에는 소용이 없었다.
디탱글링 혹은 디탱글러브러시라고 불리는 빗은 빗살의 높낮이가 불규칙해 엉킨 머리를 잘 풀어주고 빗살이 부드러운 제품을 사용하면 두피를 자극해 줄 수 있다. 간혹 빗질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머리를 감기 전 두피를 자극하고 빗질을 하면모낭이 자극되어 모발 성장을 촉진하며 두피 혈액순환이 증진된다. 건강한 두피와 머리카락을 위해 귀찮더라도 하루 한 번은 빗질을 해보자.
2. 베갯잇 바꾸기
우리가 잘 때, 몸의 움직임에 의해 베개와 머리카락에 마찰이 생겨 머리 엉킴이 심해진다. 따라서 마찰이 잘 일어나는 면 종류의 베갯잇 대신실크 또는 새틴 베갯잇을 사용하면모발의정전기와 마찰을 방지해 엉킴이 줄일 수 있다.
3. 샴푸 교체하기
자주 가는 헤어디자이너분께 머리 엉킴을 호소했더니 첫 질문이 '고객님, 샴푸 어떤 거 쓰세요?'였다. 특별히 선호하거나 기능성 샴푸를 쓰지 않고 세일할 때 그때그때 저렴한 샴푸를 쓴다고 했더니, 샴푸는 두피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쓰라고 하셨다.
좋은 샴푸란? 두피에 자극을 주는 합성 첨가물이나 보존제, 실리콘 등이 들어있지 않고 나 같은 극손상모는 샴푸를 하는 순간 머리카락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단백질이 충분히 함유된, 한마디로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샴푸를 권장한다.
미용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무 제품이나 입점하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헤어디자이너분께 두피와 머리카락 상태를 진단받고 추천해 주시는 샴푸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4. 헤어 컷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앞서 말한 대로 머리카락은 자르면 자라기 때문에 굳이 상한 머리카락에 돈 쓰고 시간을 쓸 필요가 없는 것.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나처럼 헤어스타일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다면 최소한으로 잘라내고 위의 방법대로 철저히 관리해 보자. 나도 결국은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빗, 샴푸, 베갯잇을 다 바꿨더니 그 어느 때보다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잘 자고 운동하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면 머릿결뿐만 아니라 피부,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 무엇보다, 마음 관리!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성숙한 사람이 된다면 획일화된 미를 추구하지 않아도 자신만 아우라를 가진 기품을 갖게 될 것이다.
덧) 상한 머리카락은 절대 건강한 머리칼과 같은 컨디션이 될 수 없으니 미련 없이 잘라내자. 미련을 두면 결국 건강한 모발까지 엉켜 잘라야 하는 미련한 짓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