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자신감 넘쳐 보이려 노력하지만 들을 때마다 저를 움찔거리게 하는 말도 있습니다. "
부러워요.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면 원어민처럼 영어 잘하시죠?"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수업이 재밌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90년대 영어수업이라 함은성문영어 같은 문법책을 달달 외우는 게 하는 게 전부였지만말이죠.
저는 흥미 없는 영어시간에 몰래 수학 문제를 풀던 이과생이었습니다.
영어 회화는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4번의 영어면접을 통과해야 그토록 꿈꾸던 외항사 승무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영어로 대화가 안되면 승무원은꿈도꿀 수 없는 거죠.
만약 승무원 면접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평생 영어회화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가 영어로 먹고살고 있다는 것은 순도 100%의 노력이기 때문에, 절대 원어민 같은 영어실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그런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이 고향인데 전라도에서 사투리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하고, 경상도 억양을 들으면 그걸 따라 하는 친구 말이죠. 그런 친구들은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 외국어를 습득하는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반면 저는 우직하게도 본래의 말투와 억양을 지켰습니다. 반 톤도 업되거나 다운됨 없이 너무도 정직한 제 목소리로 말이죠. 역시 사람이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며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언어 습득 능력이 부족한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승무원이 되고 싶어 죽겠다'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었을 때는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에 있는 거지가 부럽다고했다고 합니다.(얼마 전 몇 안 되는 친구를 만나 들은 제 과거 이야기입니다)가지고 태어난 능력은 없지만, 열정과 끈기가 있어 먹고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언어에 흥미도 관심도 없는 평범한 제가 영어를 수단으로 먹고 살아가는 비결은 영어를 까먹지 않으려 계속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생에 원어민 되기는 글렀습니다. 원어민은 못되겠지만 먹고 살만큼 하면 되는 거죠 뭐. 별거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