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 너는 여름.
어둠이 내린 밤, 나는 사진을 태워 만든 연기를 하늘 위로 피우며 너를 응시한다.
너는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묵묵히 땅을 향해 고개를 내리꽂는다.
마치 진 해바라기처럼.
내가 말했다.
저희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합니다.
너는 타오르는 불을 눈동자 속에 담고서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쳐다본다.
나도 바싹 마른 추억의 매캐함을 느끼며 첫서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림자를 그리듯 희미하게 해야 할 말을 입술에 담아 말한다.
이 플라타너스는 쓰러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
이런 작별인사를 본 너는 소슬한 따스함은 보기 어렵다고 나의 작별 인사를 다시 돌려보낸다.
그리고 너는 내 플라타너스의 벗겨진 살갗을 마구 때리며 말한다.
나는 이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넓은 잎들을 우수수 떨어뜨리며 나는 말했다.
소나기가 내리기 전, 흘러갈 구름이라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