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는 건 인생을 산다는 것과 비슷하다
약간 습한 날씨와 잿빛 푸름으로 가득 찬 하늘을 올려보았던 그날에 나는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라는 책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백설 공주를 짐승들이 헤치지 않은 건 그녀가 예뻐서가 아니라 살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참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 책을 들고 나는 한 초등학교로 향했다. 자신이 지금 생각하는 것과 손을 잡고 있는 이들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믿는, 순수한 아이들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삼삼오오 나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내가 이 초등학교에서 할 일은 도서관 사서였다. 나는 그들에게 책을 대출해 주거나 책을 찾아주는 일을 했다. 조그만 한 의자에 앉아 친구들과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책에서 나온 구복 여행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특별한 존재여서 내가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니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보다 보니까 다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읽는 게 보였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선뜻하지 못하고 주저하면서 눈치를 보았던 나의 지난날들과 비교되었다. 이리저리 재면서 신경을 곤두세워 살지 않아도 예뻤을 텐데 왜 그렇게 자신감 없이 옹송그리며 살았던 건지 알 수 없어서 웃음이 나면서 우울하게 보냈던 지난날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는 또다시 길을 걷고 있다. 틀린 그림 쪽에서 시작된 마치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삶일지라도 내 인생의 한 획을 그어줄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면서, 또 소중한 무언가를 가지기도 하면서, 때로는 용기 내 헤어짐을 결심하면서 그렇게 맞는 그림 쪽으로 길을 걷고 있다.
소중했던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 함께 가던 사람의 손을 용기 내 뿌리쳐본다는 것,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되, 과거의 관계를 읽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손쓸 수 없이 나른했던 그날의 오후를 그리워만 말고 씁쓸하게 식어가는 커피에 흘려보내는 것. 이 모든 게 내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