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는 친구처럼, 나무는 유모처럼 나를 반겨준다
빗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든 어젯밤. 고요한 밤이 지나고, 비 그친 월요일 아침이 찾아왔다. 창문을 여는 순간, 가슴 한편이 괜히 두근거린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상쾌한 공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풀 내음이 살짝 섞인 그 향기와 감촉 사이 어딘가쯤… 언제나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법의 내음.
오늘은 이슬이 아니라 빗방울이 초록잎들 사이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이슬이든 빗방울이든, 내 눈엔 아침의 고요한 보석. 그 보석들이 반짝이는 풍경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어릴 적 나는 그 작은 물방울들을 손끝으로 톡톡 치며 장난을 치곤 했다. 지금의 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른 여자, 어린 소녀. 두 눈빛이 겹쳐진다. 지금의 나와 어린 내가 만나고 있는 순간 같다.
공원의 작은 길을 걷는다. 언제나처럼 나무들이 나를 반긴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길러주던 유모처럼, 예의 바르고 너그럽게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나무님들.
밤새 비 샤워는 잘하셨어요?
오늘따라 잎새들이 유난히 싱그럽네요.”
잠시 건네보는 아침의 수다. 자연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하늘은 오늘도 빙그레 웃으며 묵묵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바람은 조용히 사~아락,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벤치에 앉아 그 풍경 속에 스며든다. 내게 여긴 미술관이고 영화관이며, 꿈속 같다.
작년에도 이 길이 참 예뻤는데, 올해는 왠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감정이 달라진 걸까?
“이상해…”
혼잣말을 중얼이다가, 피식 웃음이 난다.
그때, 까치 소리가 유난히 우렁차게 들려온다. 가까운 거리에서 반가이 울어대는 소리에 끌려, 사진을 찍어볼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방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까치는 어느새 자리를 옮겨 나를 놀리듯 숨어버린다.
이리저리 따라가며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까치는 술래잡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날아간다.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겨우 어설픈 한 컷을 허락했다.
“까치야, 나한테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뭐야, 벌써 받았으면서~”
“아, 오늘 아침이 선물이었구나.”
바보처럼 한 박자 늦게 알아챈 멋쩍은 웃음과 기분 좋은 웃음이 뒤섞인다.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는 도로의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까치와 함께한 이 짧은 산책. 이 시간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운아다.
유모 손에 자라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까막눈이지만 마음 따뜻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유모 같은 나무’는 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
덕분에, 저는 상상력 부자가 되었습니다.

[ 사진 : 온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