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 3

''호랑나리 만났는데..... 태양이 땡땡땡!''

by 온별

한 번 다섯 시에 일어났더니, 그 뒤로 계속 일찍 눈이 떠진다.

덕분에 매일 신선한 아침을 배송받고 있다.

어제 뒷산 다녀온 게 조금 무리였는지

약한 발목이 짜증을, 무릎이 인상을 구기고 있다.

“알았어. 알았다고. 오늘은 살살 공원 산책만 할게.”

몸에게 살짝 사과하며 길을 나선다.


와우...

어제보다 낮아진 온도의 공기결에

온몸의 세포들이 엉덩이라도 씰룩거릴 기세다.

매일이 다르구나.

매일 보는 곳인데, 매일 가는 장소인데...

아침이, 점심이, 저녁이, 밤이, 새벽이……

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자각한 듯했고,

그 사실이 스스로 놀라웠다.

‘나는 과연 언제까지 여기에서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이런 의구심도 함께 고개를 든다.

마음은 늘 두 가지 얼굴을 함께 움직이나 보다.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두 얼굴을 그리게 되었다,

“아니, 아니... 그건 좀 아니잖아.”

(얼굴로 표현하니 좀 기괴스러운 느낌이... )

색감으로 표현해 볼까?

아니면,

벌레를 잡아먹는 강렬한 꽃과

아침에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

그래, 이게 더 낫겠다.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의 세계에 잠깐 다녀온다.

누가 내 머릿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재주라도 있다면

“이 사람 정상 맞아?” 할지도 모르겠다.

뭐, 따지고 보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도 애매모호하긴 하지.



그동안 무겁게만 느껴졌던 이런저런 것들.

나만 짐을 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둘러보니 보이더라.

다들 저마다의 짐을 지고 있었다.

사람 심리 참 이상하지.

남들의 짐도 보이기 시작하니까

내 짐을 내려놓는 방법도 차츰 터득하게 되더라고.


아마도, 남들이란 존재는

내가 답답해서 하늘이 보내준

천사이자 선생님이었나 봐.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또 한 번 “와우?” 할 일이 생겼다.



호랑나리.jpg


정말 처음 본 것 같은, 키다리 호랑나리가 있었던 것.

게다가 이제 한창 시절이 지나가고

조금은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걸 지금까지 못 봤지?’

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고 멋지다.

이곳에서 너만큼 키다리 모델 같은 꽃은 없거든.

키 작은 들꽃들 사이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데, 오늘 처음 봤다는 게 참 어이없다.

아침에 나오면

앞만 보고 걷거나

바로 옆 초록이들에게 빠져 다른 곳을 보지 못했나 보다.

..... 앞만 봐도,

나무와 하늘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니까.


매일매일,

새로운 그날의 보물을 하나씩 발견하며

나의 작은 짐들과 교환 중이다.

내게 아침은 점점 더 특별한 시간이 되어간다.

대신 길지 않은 시간이다.


''오늘 아침 산책.... 시간 마감입니다.

더 이상 짐 받지 않겠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강렬한 태양의 존재가

땡땡땡— 종을 울려버리네.


“알겠어. 알겠다고요. 그 양반 깐깐하네...

내일 다시 오면 될 거 아니야~”


sticker sticker


(피부가 자외선을 기겁하니, 일단 집으로....)




[ 사진 : 온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