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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Aug 26. 2022

선행학습시키다 지친 엄마들에게_두 번째

2년간 낙제한 아들을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 스토리를 연재합니다

이야기 1. 조급한 엄마 힘겨운 아이들

1.4. 내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는 적기 교육의 힘_두 번째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학원 설명회라는 걸 한번 가보자 싶어 유명하다는 영어 학원 교육 설명회에 신청했다. 워낙 인기가 있고 엄마들이 몰리는 설명회라 선착순 예약 후 장소도 당일 문자로 통보받아 예약번호를 확인받고야 들어갈 수 있었다.


외부 공연장에 무슨 요원 접선하듯 들어가 말 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원장의 뛰어난 언변으로 최근 특목고 및 대학 입시 경향과 아이 성적에 따른 학원 수강 정보를 속사포같이 쏟아내는 설명을 들었다.


그동안 영어만큼은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던 아들이었는데, 듣다보니 어학 공인점수인 토플(TOEFL) 시험 100점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엄마로서 이제까지 뭐했냐는 듯한 반응에 없던 불안감이 자극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토플시험은 미국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 치르면 되고 80점 이상의 점수면 입학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중학생이 100점이라니. 120점 만점을 향해 1점씩 더 올리기 위한 학원 수강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속 설득이 이어졌다.


열중해 메모하며 듣고 있는 엄마들과 달리 난 1시간이 채 못 되어 너무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아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설명회를 나서는 순간 100점을 미리 못 만들어 준 얼마나 무능한 엄마이냐는 자책과 그동안 뭐 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장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키고 다그쳐야 겠다는 생각이 강한 결심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며 그 환경을 벗어나니 점차 정신이 차려졌고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엄마가 이 ‘불안 마케팅’에 걸려들지 예상이 되었다. 그날의 해프닝을 겪은 뒤 늘 하던 대로 아이에게 그 학년에 해야 할 필수적인 것들을 공부하게 하며 선행학습 유혹을 떨쳐냈고, 이후 아이가 고등학교 때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설명회에 참석해 더 불안해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습득할 수 있었다.


앞 장에서도 마라톤 비유를 들었다. 특별히 대학 입시라는 마라톤과 같은 긴 트랙에서는 정말 긴 호흡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지점에 따라 달리기의 강도와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초반에 1등을 하거나 전력으로 달리는 사람 치고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우승자 명단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섯 살 꼬마도 다 아는 토끼와 거북이의 예화를 보라. 마지막에 이기는 승자는 초반에 전력 질주하다 쉬어버리는 토끼가 아니라 자신의 페이스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승선에 다다른 거북이가 아닌가. 초반에 힘 빼지 않고 주변도 돌아보며 자신의 속도대로 갔기에 완주할 수 있었고 역전까지 가능한 막판 뒷심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최근에도 기사 검색을 하다가 우는 초등학생 딸을 매일 자정까지 수학 공부시키는 엄마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빠의 하소연 가득한 글을 읽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는 비슷한 이야기에 정말 마음이 아프고 이런 엄마들은 하수와 같다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새로운 것을 알아감의 즐거움을 시간이 갈수록 뺏고 어릴 때 이미 질려버리게 하는 공부. 마음이 가지 않는 강요에 의한 선행학습.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독이고 아동학대와 맞먹는다고 감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눌 나와 아들의 이야기가 대세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질 거라고 불안해하는 엄마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뇌가 20년에 걸쳐 자라난다는데 그 시간은 부모로서 자녀를 성인으로 양육하는 20년의 세월과 일치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들어가는 책임은 부모에게 그중에서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엄마에게 있다.


여기 선행이 아닌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는 적기교육으로 맞춤 교육을 실행하고자 노력했던 나와 아이의 솔직한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거치며 아이의 발달을 따라가는 동안 필요한 지식을 적절히 넣어주고 그 간격은 최대한의 경험과 체험으로 채워 공부 똑똑이보다 세상 똑똑이로 행복하게 자라도록 노력해온 여정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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