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Jul 20. 2022

아이 미래는 선행 속도와 사교육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2년 연속 낙제를 경험한 아들을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 스토리

이야기 1. 조급한 엄마 힘겨운 아이


1-2. 아이의 미래는 선행 속도와 사교육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_두 번째 이야기


대학 입시는 마라톤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이 입시를 겪어보니 정말 100% 공감하게 된다. 마라톤은 100m 전력 달리기가 아니라서 긴 호흡으로 경주에 임할 수 있도록 선수를 이끄는 코치의 전략이 달라야 한다. 마라톤은 단기 레이스와 개념 자체가 달라서 절대 초반에 힘을 빼면 안 되고 전략적으로 힘을 잘 배분하여 결국엔 좋은 성적으로 결승선을 잘 통과하는 게 목표임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달리거나 초반에 힘을 다 빼버리면 가장 중요한 완주를 하지 못하거나 점점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로 초반에 힘을 사용하지 않고 비축해둔 사람은 초반에는 좀 뒤처지고 잘 못 하는 것 같아도 레이스를 할수록 요령도 생기고 적절히 전략을 발휘해 최종적으로는 막판 역전도 가능하다.


요즘 교육 현실을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대학 입시 준비 나이가 점점 낮아진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대학을 잘 가기 위한 마라톤 레이스 위에서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십 년 가까이 전력 질주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한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은 사실 그 나이도 더 낮아져 오죽하면 UN이 과잉학습으로 인한 영유아 발달권과 놀 권리 침해를 경고하고, 정부 차원에서 과잉학습을 방지하고 놀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을까.


무엇보다 점점 대세가 되어가는 선행학습이란 방법이 과연 맞는지를 되묻고 싶다. 좋아하는 비영리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학전문가 30인이 잘못된 수학 사교육 정보 12가지를 밝혀 발간한 「웃어라 수포자」라는 소책자가 있다.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과도한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이 얼마나 문제가 있고 효과가 없는지를 명쾌하게 밝히고 있는데, 수학학원 원장의 인터뷰 내용에 쓴웃음이 나왔다.


한 중 1 아이가 고 1까지의 선행을 마치고 왔다길래 중 1 내용을 테스트해 봤더니 30점도 나오지 않더란다. 그 이유가 중 1 내용은 너무 오래전에 배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었는데, 너무 충격을 받은 아이에 비해 원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2~3년 이상씩 선행학습을 하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하였다.


많은 아이가 억지로 배우게 되는 어려운 내용이 자기 머리 용량을 일찌감치 뛰어넘음을 알거나 알지 못한 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늦은 밤까지 학원에 갇혀 고생하겠는가. 그리고 그 부모들은 얼마나 큰 비용을 들이고 자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겠는가. 종일 어려서부터 학원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보면 꼭 새장에 갇혀있는 새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냥 작고 힘없는 새일까? 아니다. 우리 자녀들 하나하나 신체활동이 활발한 나이에 열심히 움직이며 큰 꿈을 꾸며 날아올라야 할 독수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독수리는 원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독수리도 새라는 이유로 새장에 가두려 하기에 독수리는 결국 용맹함을 잃어버려 그저 그런 애완동물로 전락하고 만다. 어느 책에서 알게 된 ‘독수리를 새장에 가두지 마라’는 비유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독수리도 새니까 새장에서 키워야 한다고 하듯이 우리는 자녀를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내가 정해준 학원 일정과 남들이 하는 선행 속도대로 가만히 학원에 종일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이는 점점 자기다움을 잃어버리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조세핀 킴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교수거친 인생 항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발전시키려는 자기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하였다. 우리 자녀들은 좋은 대학교를 넘어 너무나도 거친 인생의 항해를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새장에 갇혀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경쟁 속에 자신은 유능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계속 받게 되는데, 무슨 힘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격려하며 발전시키기가 쉽겠는가.


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기준으로 할 때, 대학 입시라는 하프 마라톤의 갈 길도 아직 많이 남은 아이들의 미래가 독수리가 새 장에 가두어지듯 만들어지기에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다.        

          

                                               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미래는 선행 속도와 사교육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