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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도 다 계획이 있구나

처음 자전거 탄 풍경

by 소곤소곤

봄이 되니 자전거를 타고 싶다. 선풍기 얼굴보다 커다란 두 개의 동그라미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톱니바퀴를 굴리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 동그라미 위에 올라탄 나는 바람을 만드는 항해사다. 바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바퀴를 세게 움직이면 강한 바람이 불고, 약하게 움직이며 약한 바람이 분다. 송골거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칠 수도 있겠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이 데려가게 그냥 내버려둘 것이다.

뭔가를 도전하는 것은 10대들만의 것일까? 지금 내 나이 40이 넘었는데 너무 늦은 거라 하기에는 남은 세월을 살아가기가 너무 무료할 것만 같다.

난 가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을 때 생각을 한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이 나이에 뭔가를 한다고 달라진 삶을 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단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10년 뒤의 내가 바라본 나는 너무 젊지 않은가. 너무 팔팔한 나인데 가끔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흡사 골방 안의 노인처럼 꼼짝을 안 하고 있을 때도 있다. 10년 뒤에 나는 50대다. 50대에는 지금보다 시도 못 할 일들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40대니까 용기를 내보려 한다.

마음가짐은 뭔가 도전을 할 때 앞으로의 행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아직 도전을 하지도 않았는데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과 할 수 없다 생각하는 것. 이 둘의 차이는 훗날 도전의 결과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이끌어낸다.

나에게는 어린시절 안타까운 경험이 하나 있다. 내 나이 아홉 살쯤으로 기억한다. 공무원이시던 아빠의 그 한 마디.

"넌 운동신경이 없어서 자전거 못 타."

난 좌절했다. 아~~ 머리가 아직 크지 않았던 나는 커다란 어른인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운동을 못 해. 몇 차례 이런 말을 들으니 그런가보다 했다. 지나고 보니 난 자전거 타기를 살면서 시도도 안 하게 되었다. 1호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그 날까지도.

남편에게 1호의 자전거 강습을 부탁하던 날이다. 너무나도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공기도 깨끗하고 맑아서 정말이지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가 이런 날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라 생각했다.

드넓은 운동장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높던 어느 날. 따뜻한 햇살이 나를 휘감싸고 있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자전거 타 볼래."

거의 마흔이 다 되어갈때 쯤이다. 남편은 흔쾌히 자전거 강습을 해 주며 내 아버지와는 다른 한마디를 던졌다.

"이거 한 시간이면 누구나 다 탈 수 있어."

세상에나, 이런 말을 해 준 사람은 내 평생 처음이다. 나 운동신경 없어서 자전거 못 타는 거 아니었어? 자전거를 타 본 적은 있다. 언제나 뒷좌석에 짐짝처럼 실린 채로. 물론 그 또한 재미는 있었지만.

30분 쯤 지났을까. 넘어지고 까지고를 몇 번 한 후. 대박, 내가 1등이다.

1호보다 2호보다 내가 먼저다. 내가 자전거를 혼자 타게 된 거다. 우와~ 이거 뭐야.

그냥 타면 되는 거였네. 운동신경이고 뭐고 팔다리 멀쩡하면 탈 수 있는 거였잖아. 자전거 뒷좌석에서는 운전자의 등 뒤에 부는 바람을 쐴 뿐이었고, 풍경도 양 옆을 두리번거리면서 볼 뿐이었는데. 자전거 운전자는 그 모든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돌진을 한다.

아~ 자전거 바람이 이렇게나 상쾌했었나. 옷에는 흙이 묻고 손바닥은 살짝 긁혀 쓰라리지만 이런 게 뭐 중요할까. 지금 나 바람을 가르고 두 바퀴로 굴러가고 있다.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얘들아, 엄마 오늘 태어나서 처음 자전거 타는 거야.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먼저 보여주며 본보기를 보여 주는것. 바로 이런 거구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봄 하늘의 끝자락을 붙잡고 또 자전거를 타고 싶다.

40대의 엄마인 내가 느즈막에 도전 중인 것은 글쓰기 작가로써 앞으로 어떻게 행보할 것인가를 찾는 중이다. 처음에 나의 목표는 그저 명사였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작가.

지금의 나의 목표는 형용사다. 어떤 글쓰기 작가가 될 것인가. 물론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시작이겠지만, 어떤 쓰는 사람이 될지를 생각 중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 꿈을 펼치려면 결국에는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3교대 간호사와 간호학원 시간강사를 하랴, 육아와 살림하랴, 거기에 글쓰기 작가까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은 24시간뿐이니. 40대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처럼 계속 굴러가고 싶다.






전체글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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