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슬초브런치3기 오프라인 정모가 있는 날이다. 생애 처음으로 ktx를 타보는 촌년이 서울을 혼자 가려는데 몹시 떨린다. 티켓팅도 할 줄 몰라서 친절한 녹색창에 많이도 물어봤다. 사람에게 물어봤으면 온갖 짜증을 다 내었을 터인데.
이은경선생님과 매니저님, 덤으로 이성종선생님까지 만나니 어찌나 연예인 같던지.
분명 1시 반부터 입장하라 했지만, 1시 즈음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나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제가 뭐 할 일 있을까요?"
은경선생님이 오시더니
"선자작가님이시죠."
"저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요."
"우리 청주에서 봤잖아요"
이런 걸 바로 계 탔다고 한다. 난 진짜 성공한 덕후가 확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웬일이니. (이제 우리 진짜 지인인 건가요? 맞지요?)
일찍 도착해서 쭈뼛거리던 내게는 종이 몇 장과 테이프가 손에 쥐어졌다. 마치 정모스탭인양 선생님이 부탁하신 정모모임 공지 스티커와 출간작가 소개용지를 벽에 가지런히 테이프로 붙이고, 명찰정리를 대강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동기작가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실 무렵 준비해 간 텀블러에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홀짝거렸다. 이런 끝내주는 컨디션에 녹차 따위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마치 초등선생님이 시키는 심부름을 거뜬히 잘 해내고 스스로 기뻐하는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랄까.
정모에서 만난 작가님들은 다들 처음 보는 얼굴로 그저 카톡방에서 글로 만난 사이일 뿐인데 서로가 글을 너무 잘 쓴다는 둥, 부지런하다는 둥 칭찬 일색이다. 그 어디에서도 악성댓글 같은 뾰족한 날 선 비하발언은 찾아볼 수가 없는 천국 같은 공간이었다.
오늘 있었던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아마 당분간 내 기억 속에서 한참 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1기 출간 작가님 중에 햇님이반짝이라는 필명의 허진애 작가님이 계신다.
'현실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라는 아주 예쁜 보라색의 표지를 가진 책을 쓰신 분인데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핫한 책임이 분명하다. 글쎄 이 분이 책에 사인을 하고 계신 거다. 옆에 계신 선배작가님이 저자라고 알려주셨다. 그 말로만 듣던 유명한 작가님이다. 어쩜 브런치 6수를 하신 끈기도 대단하지만 출간까지 이끌어내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니. 퀴즈를 맞히는 순서대로 조별로 경품을 가져가는 거였는데, 급한 마음에 오답만 외쳐댄다. 보라색 책은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조의 작가님이 퀴즈를 맞혀주셔서 드디어 우리도 경품줄을 서게 되었다. 점점 더 줄어서 보라색 책이 한 권 남았는데, 이를 어쩐담. 정모 장소에 일찍부터 왔을 때 진작에 내 마음을 뺏은 책이었는데, 저자까지 만날 줄이야. 여러 가지 경품 중에 맘에 드는 걸 가져가는 거였다. 책이 점점 줄어서 급기야는 마지막 한 권만이 남았을 때 주책맞은 아줌마인 나는 앞 줄에선 처음 보는 작가님에게 묻기까지 했다.
"혹시 이 책 가져가실 건가요?"
"아니요."
앞사람이 무엇을 가져갈지 경품을 고르고 있는데 그 즐거움에 초를 쳐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버스정류장에서 새치기하는 사람 같은 기분이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 남은 보라색 책은 내가 데려가리다. 그리고 나는 바로 저자사인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너무 부러운 이 상황. 출간작가인 것도 너무 부러운데, 저자친필싸인까지 하는 이 상황이라니.
은경선생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 상황이 너무 부러워서 질투 섞인 투정을 했더니 현명하신 선생님은 나에게 잊지 못할 한 마디를 날리셨다.
작가님도 내년에 오셔서 싸인하시면 돼요.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들을 수가 있을까?
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준단 말인가?
이 동네는 내가 살던 현실과 많이 달랐다. 나를 너무 자극한다. 글을 쓰라고, 작가가 되었으니 이제는 책을 내서 출간작가가 되라고 부추긴다. 진짜 오늘 슬초브런치 오프라인 모임에 오길 너무 잘했다. 그 어떤 동기부여보다 나를 자극한다.
선배 작가님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
나도 열심히 글 쓰면 출간작가 할 수 있다고!!
오늘은 슬초브런치3기 과정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고, 앞으로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절필한 작가 분이 많다는 사실은 나에게 결코 적용되지 않으리라.
자칫 사그라들수도 있는 나의 의지에 다시금 번개탄이 던져졌다. 부끄럽지만 2~3년 후에 어떤 식으로든 출간을 하는 것이 나만의 목표였는데, 일부 수정을 해야겠다. 결과를 떠나서 일단 계획은 내년 슬초브런치 오프라인 모임 전까지로 기한을 변경한다.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으니까.
겉멋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출간작가가 되고 싶다. 팬사인회와 함께. 이 참에 출간작가 콘서트 같은 것도 하면 좋고~~
꿈을 꾸어본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누구나 꿈은 꿀 수 있으니까. 꿈꾸는 것이 죄는 아니니까.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아직까지는 행복한 브런치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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