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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6. 2024

복부에 놓는 피하주사

당뇨환자가 된 기분


당뇨 환자가 된 기분이다.

배란 전에 맞는 주사와 배란 후에 맞는 주사가 다르다. 아침과 저녁에 놓는 주사도 다르다. 몸이 힘들고 피곤한 것도 힘들지만, 정신이 피폐해진다.

무기력해지고,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를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하게 된다. 바늘로 찔리는 것보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이 더 아프다.      


셀프 주사는 당뇨환자에게만 허락된 의료행위이다. 의료행위라는 말은 의료인인 의사나 간호사 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사처치 일 것이다. 주사는 약물을 우리 몸에 놓는 행위를 말하는데, 약물의 작용뿐 아니라 부작용에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인에 한해서 행하게끔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이런 시술을 의료인이 아닌 경우에 허용하는 경우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당뇨 환자의 경우이다. 당뇨는 만성질환으로 쉽게 치유가 잘 되지 않는다. 인슐린 의존형 당뇨는 인슐린의 주입이 꼭 필요한 경우를 말하는데, 인슐린은 약으로 먹을 때는 효과가 없고, 반드시 약물로 주입이 되어야만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언제 완치될지 알 수가 없는 당뇨환자를 완치가 될 때까지 입원치료를 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예외적으로 당뇨환자에게만 스스로 당뇨검사를 하게 하고, 처방된 인슐린을 주사기를 이용하여 본인에게만 주사를 놓는 것을 허용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는 동안 나는 당뇨환자가 된 듯 한 기분이 들어서 약간 우울함이 있었다. 주사의 통증도 그렇지만, 자존감이 떨어진다. 복부에 알코올솜으로 소독을 하고 약물을 재어 주사약을 삽입한다. 스스로 주사를 놓기는 처음이다. 주사 방법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나도 나에게 주사를 놓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데, 일반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겠다. 간호사들이 주사를 놔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텐데, 본인이 뾰족한 주사 바늘을 나한테 꽂아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런 스트레스 상황까지 맞닥뜨려야 한다는 현실에 좌절감에 또 한 번 무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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