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이 산부인과 간다는 것
이게 슬플 일인가요? 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대강의 방문 일정은 나오지만 아주 정확한 일정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나의 몸 상태와 주사약의 반응 정도에 따라서 다르니까. 난포가 금방 커지는 사람이 있고, 더디 커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추가 약 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경우마다 전부 다르다.
아직까지 남편에게 고마운 것은 그때 회사에 다니느라 많이 피곤했을 텐데...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나를 가장 많이 보듬어준 시간인 것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했지만 혼자서 산부인과를 간다는 것은 왠지 불편했다. 왜 그랬는지... 다들 남편과 동행하는 분위기이고, 나의 마음이 너무 약해져서 일 수도 있겠다.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로 혼자서 산부인과를 간다는 것은, 더욱이 난임병원을 혼자서 간다는 것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는 여성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지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데다가 그 고요하고 조용한 병원에 홀로 간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배우자가 같이 있어 준다는 것, 힘든 길을 나 혼자가 아닌 가장 믿음직한 사람과 같이 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안정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한 병원방문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
오늘은 의사가 또 무슨 말을 하려나... 난포가 잘 자라고 있나? 자궁의 두께는 괜찮나?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시험관 아기 시술 서 너번 째는 덤덤했지만,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때는 병원에 갈 때마다 선고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런 와중에 남편까지 없었다면 이 커다란 스트레스를 혼자서 감당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은 그렇게 일 년의 주어진 휴가를 하루하루 다 써가고 있었다.
남편에게서 많은 힘을 받은 나와 반대로 나의 남편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데 예정된 휴가가 아니고 갑자기 내는 휴가가 많았으니까. 아마도 이 휴가를 내느라고 다른 직원들에게 부탁을 많이 했을 것이고, 난임병원에 다니는 것을 알려서 갑작스러운 휴가에도 직장 상사가 휴가 승인을 하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수고스러움을 아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었다. 그렇게 남편은 나를 배려했다.
물론 나의 일상에도 지장이 있었다. 간호학원에서 미리 짜인 시간에 강의가 있었는데, 나는 내 강의를 펑크 냈다. 이는 다른 사람이 내 강의 시간에 강의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다른 강의에 들어가야 한다. 나도 남편처럼 강의를 빠질 때 다른 강사에게 강의교체를 부탁해야 했고, 학원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면서 그렇게 나와 남편의 시간은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