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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 줄 수 없는 일

71일차 온마을이 필요하단다

by 소곤소곤



초5인 2호 딸과 미용실에 왔다. 귀신같이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단다. 잘만 손질하면 뒷모습 미녀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귀신산발의 머리카락이 뒤엉켜서 추노의 망나니 머리꼴이다.
드디어 커트를 하고 있다. 여자애라 그런지 미용실에서 관리받는 여자의 포스가 물씬 느껴진다. 한껏 관리받는 걸 즐기는 꼴이라니 부잣집 딸래미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남자애들과는 달리 여자애들은 예뻐진다는 그 믿음 하나에 겨울에도 드레스에 구두를 장착하고 어린이집에 잘 다니는 것처럼.
고슴도치 엄마 아니랄까봐 내 새끼가 너무 이쁘다. 어쩜 머리빨이 엄청나구나. 다소곳이 얌전한 머리카락은 귀여운 얼굴을 더 돗보이게 해서 한층 더 귀엽다.
이렇게 너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엄마가 커트까지 할 수는 없잖니. 아주 어릴 때는 앞머리만 숱치는 가위로 살짝 잘라주곤 했지만 이제는 커트는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하는걸 아는 2호다.
혹시 오늘만 이 머리스타일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겠지? 제발 머리감고 잘 빗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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