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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노인이 택배일을 하다니

70일 차 어른의 시선으로 본 산타의 고뇌

by 소곤소곤



티브이를 보다가 문득 갑자기 든 생각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날라다 준단다.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에 많은 선물을 담은 선물꾸러미들을 요정들이 날라주고 있다. 이제 마흔넷의 끄트머리에 있는 애 둘의 엄마라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감성도 메말라 가나보다.
아니 저렇게 배가 임산부처럼 나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흰머리에 흰 수염을 가져서 누가 봐도 노인의 몸뚱이를 가진 저 늙은 할아버지에게 택배 일을 하게 하는 건가. 쿠팡맨들이 그렇게나 고생을 하신다는데. 이런 힘든 일은 젊은이들이 해야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저렇게 백발이 되려면 최소 연세가 칠팔십은 되어야 할 터인데. 이미 뼈 마디마디가 쑤실 나이가 지나고도 한참이 지나서 각종 성인병에 이미 관절염이 많이 진행했을 것이다. 이렇게 산타할아버지의 건강상태까지 걱정하는 것이 좀 어이가 없다. 내 직업이 간호사인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너무 순수한 감성을 잃고 살아가는 것에 살짝 씁쓸해지는 오늘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제 중1과 초5인데 이미 산타에 대한 동경은 깨진 지 몇 해 되었다. 그럼에도 매년 크리스마스트리는 만들고 부수고, 크리스마스면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내곤 한다. 감성을 잃었다고 가족애를 잃지는 않고 살고 있다.

뉴스에도 나왔다.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니까 용서를 하고, 크리스마스니까 이해를 하고, 크리스마스니까 나누고, 크리스마스니까 즐거워한다. 크리스마스는 나 같은 무교의 비종교인도 예수 탄생을 기뻐하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고, 가족들과 함께 치킨 먹는 것을 기대한다. 특별히 나에게 커다란 의미를 가진 날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우리는 오늘 단 하루는 모두 행복해지려고 한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 일상의 작은 행복이 지속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적이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것을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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