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옥아저씨의 쇼는 너무 재미있다. 진정성 있는 유머와 특유의 유쾌함에 들고 있던 리모컨의 채널버튼에서 손가락을 멈추게 된다. 최근에 뇌리에 스치는 말은
하고 나서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
이란다. 정말인 것 같다.
하기 전에 좋은 것은 우리에게 설렘을 주는 것들 인 것 같다. 여행 가기 전, 술 마시기 전...
정말이지 기쁜 순간일 테지만 여행 후에 얻는 것도 있겠지만 과식으로 얻은 살과 다이어트 계획, 무수한 빨래들이 남는다. 술은 같이 마실 사람과 장소로 인해 설레지만 음주 후 숙취와 두통, 메스꺼움 등은 뒤에 따라오는 후유증 같은 것이다.
그에 반해 운동은 그 반대이다. 물론 나는 3개월째 계단 오르기를 하는 중이지만 가끔 하기 싫을 때도 있단 말이지. 사실은 가끔이 아니라 자주 하기가 싫다. 귀찮고 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운동화 끈을 맨다. 그 이유는 운동 후 흘리는 땀으로 상쾌하고 개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자존감 상승이다. 계단 오르기 그게 뭐라고 자존감이 올라가더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지만 3개월 동안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다는 게 대단한 거라서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저 매일 계단을 오르내릴 뿐인데. 그저 계단이 거기에 있어서 올랐을 뿐인데 말이다. 이러다가 사람들이 운동중독에 빠지는 거라 짐작해 본다. 하나 나는 아직은 멀었다.
모든 것에는 음영이 있듯이 운동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빨랫거리가 많아진다. 그러면 세탁세제 사용량이 많아질 테고, 세탁기의 물세와 건조기의 전기세도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래봤자 헬스장 운동기구 값에 비할까. 나에게는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아파트 실내계단이 있다. 언제나 원하는 때에 운동을 할 수 있고, 눈비 오는 날에도 운동을 쉬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시간절약 효율 짠순이는 운동화끈 질끈 매고 계단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