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생각을 한다. 10년 뒤의 내가 바라본 나는 너무 젊지 않은가. 너무 팔팔한 나인데 가끔은 흡사 노인처럼 꼼짝을 안 하고 있다.
아직도 긴 머리를 풀고 짧은 치마를 입기도 한다. 2호 딸이 가끔 뭐라 한다.
"엄마,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냐?"
"네가 뭘 모르나 본데 엄마는 오늘이 젤 젊단다. 더 나이 들면 못 입는다고."
이 핑계로 난 가끔 아주 짧은 치마를 돌아다닌다. 나이 먹은 걸 잊은 사람처럼.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과 할 수 없다 생각하는 것.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어린 시절 안타까운 경험이 있다. 공무원이시던 아빠의 그 한 마디에 난 좌절했다.
넌 운동신경이 없어서 자전거 못 타
아홉 살쯤엔가 들은 것 같다. 아~~ 머리가 아직 크지 않았던 나는 커다란 어른인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운동을 못 해. 몇 차례 이런 말을 들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지나고 보니 난 자전거 타기를 살면서 시도도 안 하게 되었다. 1호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그날까지.
남편에게 1호의 자전거 강습을 부탁하던 날.
갑자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자전거 타 볼래."
거의 마흔이 다 되어갈 때쯤이다. 남편은 흔쾌히 자전거 강습을 해주며 내 아버지와는 다른 한마디를 던졌다.
"이거 한 시간이면 누구나 다 탈 수 있어"
세상에나, 이런 말을 해 준 사람이 내 평생 처음이었다. 나 운동신경 없어서 자전거 못 타는 거 아니었어? 자전거를 타 본 적은 있다. 언제나 뒷좌석에 짐짝처럼 실린 채로. 물론 그 또한 재미는 있었지만...
30분쯤 지났다. 넘어지고 까지고를 몇 번 하더니 내가 1등이다. 1호보다 2호보다 내가 먼저 자전거를 혼자 타게 된 거다. 우와~ 이거 뭐야.
그냥 타면 되는 거였네. 운동신경이고 뭐고 팔다리 멀쩡하면 탈 수 있는 거였잖아. 자전거 뒷좌석에서는 운전자의 등 뒤에 부는 바람을 쐴 뿐이었지만, 운전자는 그 모든 바람을 만들며 앞으로 돌진을 한다. 아~ 자전거 바람이 이렇게나 상쾌했었나. 옷에는 흙이 묻고 손바닥은 살짝 긁혀 쓰라리지만 이런 게 뭐 중요할까. 지금 나 바람을 가르고 두 바퀴로 굴러가고 있어~~ 그리고 외쳤다.